윤 대통령,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 주최
"가사육아에 외국인 취업 허용하고 최저임금 제외"
양대노총 일제히 반발…"일자리 질 더 악화할 것"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에 대해 가사·육아 취업을 허용하고,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노동계는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제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심각한 저출생 해결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다"며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 능력도 상당하고 국내 생활에 이미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육아와 가사를 돌보는 데 상당한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들의 임금수준은 부부들이 감당하기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며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들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와 육아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서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분들에게 안심하고 부모님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적극 대책을 수립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5일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보고서에는 고령화로 인해 돌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력을 개별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는 돌봄노동의 질을 악화시키고 외국인을 차별하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회의 후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맞벌이 부부에게 돌봄노동이 필요한 시기는 대체로 아이가 영유아기이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인데, 어린 학생이 대부분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최저임금도 안 주면서 영유아기 아이를 맡길 수 있겠느냐. 외국인 유학생들도 돌봄노동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고 했다.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결혼이민자들은 비수도권 분포가 높고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은 주로 도시에 있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돌봄 노동을 하기 위해 장거리 출퇴근을 감내할 결혼이민자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가사근로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 권익 향상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틈만 나면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높은 임금을 개별 가정에서 전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서 질 낮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공립 시설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정과 노동자 모두 행복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임금조차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차별하겠다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정부가 일종의 지침을 내린 셈"이라며 "가뜩이나 열악한 노동자에게 더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을 강요하고, 국적에 따라 노동자의 처우를 차별하겠다는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노동자의 보수와 처우가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에서 진심도 논리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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