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5.2조원 투자
美정부 보조금 협상, 유리한 조건 이끌어내야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고 4일 밝혔다. 인디애나주의 퍼듀(Purdue)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반도체 관련 연구개발(R&D)에 협력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본격 진출한 만큼 현지 빅테크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격화하고 있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려갈 전망이다. 미국에 빅테크 고객이 집중되어 있는데다 첨단 패키징 분야의 기술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현지 반도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유리한 조건에서 받기 위해 세밀한 협상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의 액수 이외에도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여러 조건들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을 웃도는 6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혜 규모에 따라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큰 규모의 추가 투자 압박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로부터 예상 이상의 대가를 요구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 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에 대출금을 포함, 총 195억 달러(약 26조원)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5년간 전체 보조금 지원 규모 527억 달러 중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인디애나 공장의 효율적인 인력 확보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미국에서 반도체 인력 6만7000명이 채워지지 못할 전망이다. 미국 대학의 인력 배출 규모를 따져봐도 앞으로 현지의 인력 부족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석사 학위 이상의 고급 인력 확보는 더 어려울 수 있다.
반도체 경쟁사가 앞다퉈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대학과의 협업 등 SK하이닉스의 차별화 전략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우선 공장 인근 퍼듀대 출신의 반도체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을 고려하면 미국 진출 성공 여부가 향후 AI 메모리 사업의 성패까지 좌우할 수 있다"며 "부지 선정이 끝난 만큼 속도감 있게 공장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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