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내민 손길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의료계, 화답할까

기사등록 2024/04/01 15:19:21 최종수정 2024/04/01 17:01:29

수술 지연 등 피해 신고 602건…전원 거부 사례도

남은 의료진 고갈, 진료 축소·단축…의료계도 한계

"'강' 대 '강'…해결할 방안 제시한 것 같지는 않아"

"정부도 한 발 물러서…의사도 병원으로 들어와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04.0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의대 증원 조정 가능성과 관련해 합리적 방안을 요구한 가운데, 의료계가 근거에 기반한 조정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면서도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현장을 이탈한지 40일이 지나면서 진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지난달 29일까지 602건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는데 수술 지연 403건, 진료 취소 108건, 진료 거절 64건, 입원 지연 27건 등이다. 이 밖에 의료이용 불편 상담 건수는 1144건, 정부가 법률 상담을 지원한 건 232건이 있다.

전공의 대거 이탈 기간 중에 부산에서는 90대 심근경색 환자가 지역 대학병원으로 전원하지 못하고 숨지고, 충북에서는 웅덩이에 빠진 영아의 수술을 위해 9곳의 병원에 전원 요청이 있었으나 모두 거부 당한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국면 초기부터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의사 면허 정지 카드도 꺼내들었지만 이탈자의 복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수는 현원의 93.1%인 1만1984명에 달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한 입원 환자가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 합동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2024.04.01. ks@newsis.com
이러한 상황에서 이날 윤 대통령이 담화 내용이 기존 보건복지부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강대강' 대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2000명 증원을 결정한 만큼, 이를 조정하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여전히 의료계도 '강'이고 정부도 '강'이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정부가 다시 한 번 대화와 협상의 손길을 내민 만큼 의료계도 화답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시기적으로 의대 교수들의 진료 시간 축소가 시작됐고 개원가의 진료 단축 카드가 나온 이후여서 의료계도 마땅히 추가로 꺼내들 전략이 마땅치 않다. 전공의가 떠난 현장을 지키는 남은 의료진들의 체력적 고갈도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인도 끝까지 온 것 같다. 의사들도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합리적 대안을 갖고 오면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으니 정부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럼 의사들도 이쯤에서 투쟁이 아니라 병원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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