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들 "정치력 발휘해야" 아쉬움 토로
일부는 "정치에서 손 뗴고 당원직 이탈하라"
홍준표 "윤 담화, 충분히 설득력 있어…타협 필요"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입장을 재차 확고히 한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의료계와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긴 했지만, 4·10 총선을 9일 남겨둔 상황에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정치력을 보여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부산 남구 지원유세 도중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하고 협의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며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 필요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으로서 함께 그 노력을 같이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의정 갈등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이번 발언도 비슷한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번 대국민담화가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 줄 알았던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간 '수도권 위기론' 등 판세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의정 갈등 장기화가 꼽혀왔던 탓이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방향은 옳지만 2000명에 얽매이면 대화의 빗장이 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조정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지금은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도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나아가 당원직 이탈까지 요구했다.
함 후보는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 저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고 비꼬았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일부는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담화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선거를 앞둔 야당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보면 정부의 방향이 맞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의사단체도 그간 국민의 건강권을 인질로 삼아 너무 나갔지만, 정부도 유연성을 갖고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한 함 후보를 겨냥해서는 "근본 없이 흘러 다니다가 이 당에 들어와서 주인행세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탈당 요구하나"라며 "능력이 안 돼 선거에 밀리면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읍소라도 하거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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