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2000명 늘린다는 정부입장 변해야 대화 가능"

기사등록 2024/03/25 12:01:11 최종수정 2024/03/25 21:35:29

"정부 의대증원 규모 전향적 검토해야"

"논의한다면 의대증원 백지화 검토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총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의대증원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25일 서울 신촌 연세대의료원 종합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학정원과 배정은 협의 대상도 아니고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대화하지도 않았다”면서 "현재 정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협의하기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정부와 대화할 의지는 있지만, 정부가 못 박은 의대 2000명 증원 입장에 변화가 있어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의대증원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전의교협 측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건설적 대화를 도와드리겠다. 문제 푸는 방식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 위원장에게 만남을 요청한 것은 맞고, 누군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힘 뿐 아니라 종교계, 언론계와 계속 접촉하면서 전달하고 있다"면서 "현재 정부가 밝힌 협의체 구성이나 전공의 처벌 유예 부분은 과거보다는 조금 진일보한 제안이지만, 제안의 구체성이나 다뤄야 되는 내용 등이 자세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에게 자발적인 사직을 하지 말라고 말씀을 드릴 수도 없거니와 전공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교수들이 외래 진료나 입원, 중환자 진료를 전담하고 있어 교수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고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진료를 하시다가 이명이나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당직을 일주일에 3번 서시는데, 당직을 선 다음날 바로 외래 진료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의사 개인의 문제뿐 아니고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사직서 제출과 함께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의료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기자회견에서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총회장의 자료에 의대교수 사직 관련 메모가 적혀 있다. 2024.03.25. jhope@newsis.com
김 회장은 "의과대학 대학병원 내에 있는 입원이나 중환자, 응급환자 진료에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쏟아부어야 되기 때문에 외래 진료는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것이 맞고 그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현재는 제일 좋은 선택"이라면서 "사직서가 수릭되기까지 한 달이 소요되는데, 그 전에 이 사태가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소속된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의 경우 자발적인 사직이 있으면 의사를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현재 (전의교협과 별도의 의대교수 단체인)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25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올해 고3이 치르는 대입에 적용될 의대 증원 규모는 의대별로 다른 교육 여건을 고려하고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기반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숫자(의대증원 규모)를 정하긴 상당히 어렵다"면서 "교육여건을 고려하고 필수·지역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체계를 만든 상태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과학적으로 추계해 숫자를 발표하는 것이 합당하다. 논의한다고 하면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가 밝혔 듯 증원 백지화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 내년에 해당 사건이 벌어지면 1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여파는 의대생이 수련받을 때까지 계속 미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적어도 5~6년 이상, 10년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도저히 극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인원보다 4배 가량 증가한 충북대 의대 등은 이미 교육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건설적인 대화로 나가려면 대화의 창이 열려야 한다"면서 "모호한 대화의 주체와 책임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것은 모른다"면서 "관심이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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