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모스크바 공연장 공격 자신들 소행 발표(1보)

기사등록 2024/03/23 07:54:56 최종수정 2024/03/23 08:47:29

40명 이상 숨지고 100명 이상 부상한 모스크바 외곽 극장 테러

메드베데프 등 러 정치인 "우크라가 배후" 주장에 우크라 부인

모스크바 미 대사관 이달 초 "극단주의 공격 임박" 경고도

[모스크=AP/뉴시스]22일(현지시각) 모스크바의 서쪽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상공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4.03.23.

[모스크바=AP/뉴시스] 강영진 기자 =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그룹인 이슬람국가(IS)가 자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모스크바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아마크 통신에 올린 성명에서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 대규모 기독교인 집회를 공격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은 즉각 확인하기는 어렵다.

앞서 몇 몇 남자들이 22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대형 공연장에 침입해 군중을 향해 총을 난사해 최소 4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으며 극장에 불을 질렀다.

이날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철저히 통제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권력을 굳힌 지 며칠 만에 발생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사건이 “엄청난 비극”이라면서 당국이 테러 공격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에 따르면 이날 극장이 화재로 인해 지붕이 내려앉았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폭도들이 폭발물을 투척한 뒤 공연장 중앙홀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건물 밖에서 촬영한 동영상에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커다란 연기가 밤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 도로에는 수십 대의 소방차와 앰뷸런스, 기타 긴급 차량들이 경광등을 번쩍이고 있고 소방 헬기 여러 대가 날아다니며 불길에 물을 뿌리고 있다.

러시아 유명 록 밴드인 피크닉의 공연을 앞두고 청중들이 모였을 때 공격이 발생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공연 청중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전쟁에 지친 몇몇 남성들이 공연장에 들어가 청중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들이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에 총성이 거듭 울렸다. 소총을 든 두 남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총성이 계속 들리는 가운데 객석에 있는 한 남자가 폭도들이 불을 질렀다고 말하는 동영상도 있다.

소총을 들고 모자를 쓴 남자 4명이 비명을 지르는 청중들을 향해 조준 사격을 하는 동영상도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극장 경비들이 총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초기에 숨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들은 공격자들이 특수부대와 경찰이 도착하기 전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공항, 철도역, 지하철에 대한 경비가 강화됐다고 밝혔으며 모스크바 시장은 모든 집회와 공연, 박물관을 폐쇄했다. 러시아 다른 지역에서도 보안이 강화됐다.

러시아 대통령궁은 공격이 누구 소행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부 러시아 의원들이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공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력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가해 우크라이나의 최대 수력발전소 등 전력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100만 명 이상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공격에 관련된 것이 입증되면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를 “용서하지 않고 추적해 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략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공격의 배후임을 부인했다.

그는 X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는 테러를 하지 않는다. 이 전쟁의 결말은 전투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아직 자세한 상황을 모르지만 “동영상이 끔찍해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 끔찍한 총기 공격의 피해자들을 추모할 것이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어머니들, 아버지들, 형제들, 자매들, 아들들, 딸들이 있다. 힘든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은 지난 7일 극단주의자들의 공연 등 대규모 집회장 공격이 “임박했다”며 모스크바의 미국인들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피하도록 경고했다.

커비 대변인은 대사관의 경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국무부에 문의하라면서 “경고가 이번 공격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커비 대변인은 “이 끔찍한 공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서방의 경고가 러시아인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모두 공개적 공갈로 보이며 우리 사회를 겁주고 흔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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