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법정 공방…"교육권 침해" vs "국민 수요 부합"

기사등록 2024/03/22 13:25:41 최종수정 2024/03/22 13:29:29

전공의 등 복지부·교육부 상대 취소 소송

"돈 내고 경쟁 거쳤는데 왜 보호 못 받나"

정부 측 "보건위기 심각, 마지막 골든타임"

충북의대 교수 "시신 10구에 의대생 200명"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수험생·의대생·전공의 등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03.22.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교육부가 최근 각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한 가운데 전공의 등이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증대와 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양측이 법정에서 맞붙었다.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전공의 등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및 정원 배정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의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이 일정 기간 처분의 효력을 임시적으로 멈추는 결정을 말한다.

이날 심문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전공의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충북대학교 의대의 사례를 들면서 운을 뗐다.

이 변호사는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40명대인데 200명이 증원됐다"며 "휴학생들의 휴학이 구제받지 못하면 250명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카데바(실험용 시신) 한 구 당 학생 5~6명이 실습을 해왔는데, (증원으로) 30~40명이 실습하게 되면 전문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 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를 지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의대 정원은 27년 동안 증가하지 않았고 2006년엔 감축까지됐다"며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뻉이 등 보건 위기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해 의사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을 제출했다"며 "의대 교수 한 명 당 배정되는 학생의 수는 타 대학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반박했다.

또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명확한 피해가 생길 것"이라며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사안이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며 각하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각하는 소송 등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이를 심리하지 않고 취소하는 결정을 말한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수험생·의대생·전공의 등 의대 증원 처분 취소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4.03.22. jini@newsis.com

이들은 의대 증원 처분으로 인한 교육의 공정성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이 변호사는 "의대생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엄청난 돈을 내고, 경쟁을 거쳐 온 사람들인데 일반 국민만 이익을 누리고 이 사람들(의대생)은 왜 보호를 받지 못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정부 측 대리인은 "신청인(전공의) 측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과다한 경쟁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의사 증원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수요에 대한 공급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주까지 이들의 추가 의견을 취합해 심리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심문에 앞서 이 변호사와 최중국 충북의대 교수 등은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과 각 의대 정원 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실이 2000명 증원에 대해 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다"며 "그 집착에 교육부와 복지부의 이성이 마비돼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그렇게 자유민주주의를 외쳤으면서 지금은 폭탄식 독재를 따라간다"며 "이번 소송의 실질적 피고는 윤 대통령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도 "한 해 10구의 시신기증을 받아 해부실습을 진행하는데 (정원이) 200명이 되면 어떻게 교육하라는 것인지 걱정된다"며 "늘어난 정원은 수용할 수 없는데 그 책임은 의대 학생과 교수들이 지게 됐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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