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병상 가동률 하락으로 매출 급감
의료 공백 책임 떠넘긴다는 비판
"구성원에 무급휴가 강요시 고발"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한 달을 훌쩍 넘기며 병상 가동률 하락으로 매출이 떨어진 대학병원들이 무급휴가 등 각종 비용 절감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이에 내부에서는 전공의 이탈 책임을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던 다른 직종에 묻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의료원은 전날(21일) '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안내'이라는 직원 공지를 냈다.
대상은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1년 이상 간호사와 일반직으로 1만2000여명에 이른다.
무급 휴가는 최대 4주(일주일 단위 총 4회) 신청 가능하며 비상경영체제가 종료될 때까지 운영된다.
앞서 금기창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지난 15일 전 직원들에게 '경영 유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드립니다'는 제목의 경영 서신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알렸다.
지난달 19일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연세의료원은 병상 가동률이 떨어져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급휴가 소식에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꼼수 악질 깜깜이 무급휴가 반대한다'는 긴급 성명을 원내 곳곳에 붙이고 "의료원은 전공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속여 일단 교직원을 쥐어짜겠다는 공고를 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의료계는 병들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노조와 조합원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최선을 다해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며 "의료원 비상경영체제 등 경영 현황에 이해를 표하고 협의해 상생의 길을 찾을 의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고된 무급 휴가는 직원을 쥐어짜는 꼼수 무급휴가"라며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병원은 일주일 단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위 신청일을 일주일로 하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식휴가라는 단어를 사용해 무급휴가를 포장하고 있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무급휴가다"며 "무급휴가는 자율이 전제인 만큼, 단 한 명에게라도 압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되면 즉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익명 게시판에도 병원이 무급휴가 확대 운영 기준으로 '개인별 자율 신청 및 부서장 승인' '필수의료 유지 등 운영 상황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수 있음' 등을 내세운 것에 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게시판에는 '부서장 승인에서 결정권은 근로자에게 없는 것 같다' '다른 병동의 인력 부족으로 헬퍼 보내고 생색 내기 바쁜 파트장이 승인해 줄지 모르겠다. 4오프만 써도 난리던데' 등의 댓글이 게시됐다.
또 '상황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휴가 중간에 파업 종료되고 병동에서 나오라고 하면 출근해야 한다는 건가'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의료 공백 책임을 의사가 아닌 다른 병원 구성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한 작성자는 '무급. 이게 무슨 안식휴가인가. 의사 안식일은 유급으로 몇 년을 주지 않나. 의사로 인한 비상경영인데 일반직 안식은 (대우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에 무급휴가를 사용하더라도 근속연수에 산입되고, 승급(승진)이나 연차 발생, 기존 안식휴가 제도 사용 등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에서 '상여금에도 영향 없다고 하니 무조건 사용한다' '근속연수나 승진에 영향 없고 파격적이다. 이 기회에 다들 쉬자' 등의 의견도 있었다.
박민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부서장이 간호사들을 불러서 '월급이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무급휴가를) 가는 게 좋겠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무급휴가 강요를 중단하고 병원의 귀책 사유로 인해 발생한 휴업 또는 병동 폐쇄인 만큼 이에 관해서는 병원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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