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서 기자간담회
"'의대 증원' 이슈에 의료개혁 논의 실종"
"늘어난 의사 인력 공공병원에 배치해야"
정부가 인력 증원에만 집중하고 늘어난 의사를 공공병원에 투입하는 '진정한 의료개혁'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오후 '의사 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 된다'를 주제로 서울대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간호사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간호사에 응급업무 떠밀어…무급휴가 강제"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제주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등 일부 병원은 '통합전담간호사'(제주대), '시범사업팀'(서울대)과 같은 별도 팀을 신설했다. 이 팀에 속한 간호사들은 짧은 교육 직후 의사 업무에 무방비로 투입되고 있다고 의료연대본부 측은 지적했다.
정유지 의료연대본부 강원대학교병원분회 사무장은 "정부가 발표한 PA(진료지원) 간호사 지침 사업은 숙련도와 자격을 구분해 의료기관의 교육 의무를 명시했지만, 숙련도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응급상황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다"며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업무를 하도록 하여 해당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간호사에게 업무를 강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경영진과 병원 측의 압박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전공의 파업 당시 PA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했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사례를 들며 "간호사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감으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나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냐고 (병원 측에) 물었더니 답변은 너네가 선택하는 거니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며 "국가는 간호사의 불법의료 조장을 눈감아준다고 하지만, 개개인을 보호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병원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의 병상수 축소에 따라 '무급휴가'가 강제되고 있단 지적도 이어졌다.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월급이 정상 지급되지만 '무급휴가'에 내몰린 간호사들은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사무장은 "남아있는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져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증가했지만, 병원은 간호 인력을 전혀 증원해주지 않고 있다"며 "그로 인해 간호사들은 탈진 직전이다. 내 임금을 깎아서라도 쉬고 싶다는 게 간호사들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의사 수만 늘려선 해결되지 않아…공공의료 고사 직전"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의사인력을 투입하려는 곳은 명백히 민간영역"이라며 "국민들은 필수진료과, 지역의 의료공급을 처절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배분안을 발표했는데, 전체 증원분의 82%를 비수도권 대학에 배정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비서울' 대학으로 분류된 울산대, 성균관대, 건국대(충주) 의대 등의 수련병원은 수도권에 위치해 사실상 '수도권 의사 인력 확충'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윤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현재 지역 간, 진료과목 간, 의료기관 간 의사 수 불균형으로 인한 필수 의료 이용의 어려움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료 인력 수급의 공공성을 강화하며 의료가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본부장도 "대한민국의 의료공급을 구성하고 있는 민간영역(95%)과 공공영역(5%) 중, 정부가 의사인력을 투입하려는 곳은 명백히 민간영역"이라며 "공공병원을 신설하지 않는데 증원된 의사가 어떻게 공공의료를 공급할 수 있나. 의사 증원은 공공의사 양성과 공공병원 확대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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