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목재트러스… 진화하느라 붕괴 예측 못해
제주소방 '선 판단 후 활동' 명령권 명확히 할 방침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지난 겨울 창고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임성철 소방장 참사 당시, 처마가 붕괴할 위험성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임 소방장 순직 사고 직후 소방청 주관 관련기관, 외부전문가 등 14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위원회(합조위)가 꾸려졌다.
합조위 조사 결과 불이 난 창고는 화재의 취약한 '목재트러스' 구조인데다 급격하게 불이 확산하면서 진화 작업 중 처마가 붕괴할 위험성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목재트러스형 창고는 제주 감귤 산업이 성장하던 1960~70년대 지어진 건축물로, 지붕을 목조로 짓고 콘크리리트보(처마)를 활용해 높게 올린 구조다.
임 소방장을 덮친 처마는 소방 방화헬맷이 버틸 수 있는 충격 흡수량의 최대 100배에 달했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소방본부는 이 같은 순직사고를 막기 위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총력을 기울인다.
주요 대책은 ▲현장 안전관리 역량 강화 ▲유사 구조 건축물 맞춤형 대응 방안 수립 ▲안전관리 전담 조직 신설 등이다. 아울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대응 강화 교육을 늘리고 안전관리 필수정보 신속 전파 등을 함께 추진한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관리 기본원칙’을 명확히 규정해 이행력을 확보하고 현장 지휘관 중심의 지휘체계를 확립, ‘선 판단 후 활동’을 원칙으로 한 내부 진입 명령권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현장대원의 원활한 역할 수행을 위해 구급대원 화재현장 역할 가이드라인을 정립한다.
한편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구급대원이었던 임 소방장은 지난해 12월1일 오전 서귀포시 표선면 한 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임 소방장은 창고 바로 옆 주택에 거주하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켰다. 이어 도착한 진압 대원들과 함께 장비를 착용하고 화재 진화에 나섰다. 당시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가 붕괴하면서 임 소방장을 덮쳤고, 그는 하늘의 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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