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서울서 오찬회담…"북 도발, 대북 공조 강화시킬 뿐"
인니·가이아나와 실질협력 강화 약속…EU 부위원장 접견
리투아니아·폴란드와는 차관급 면담, "양·다자 공조 강화"
19~20일 모리셔스·감비아 외교장관 회담 등 줄줄이 예정
조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45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개최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여 만이다.
한미 외교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조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이후 19일 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이보다 앞선 같은 달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난 것을 포함하면 세 번째 대면이다.
회담에서는 자유·민주주의 협력 방안과 한미동맹 강화, 한반도 및 글로벌 정세 등 상호 공통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양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이어 정상회의를 주최한 것은 한미동맹이 자유, 민주주의, 법치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래세대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온전히 전승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북한이 이날 오전 7시44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4일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지 33일 만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 대상인 탄도 미사일 도발로는 64일 만이다.
지난 4일부터 14일간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 연습 기간을 포함해 한 달 넘게 잠잠했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중요 정치 행사를 배려해 그간 도발을 자제했다가 이날 남한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와 내달 총선(4월10일) 등 주요 일정을 겨냥해 도발을 재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양 장관은 정부가 민주주의 증진을 통해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고자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직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규탄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한미일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 공약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또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통일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 장관은 북한에 의한 서해에서의 그 어떠한 잠재적인 일방적 변경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앞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해외노동자 파견, 정제유 해상환적 등 핵·미사일 개발에 활용되는 불법 자금줄 차단을 위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양 장관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중동, 남중국해, 대만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다음 행선지인 필리핀으로 향했으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면담과 일본·필리핀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평화·안정 촉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또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휴 힐튼 토드 가이아나 외교장관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레트노 장관과의 회담에선 지난 13일 개최한 차관급 전략대화의 성과를 평가하고,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KF-21/IF-X) 등 양국 간 전략적 협력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토드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개발협력, 산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카리브 지역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해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베라 요우로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도 면담을 갖고 민주주의 제도의 투명성 증진과 허위정보 대응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홍균 1차관은 에기디유스 메이루나스 리투아니아 외교차관, 로베르트 쿠피에츠키 폴란드 외교차관과 연이어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증진을 약속했다.
방한 중인 다른 나라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진 사안은 북한·북핵 문제였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북한과의 협상보다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비핵화 복귀 및 대북 압박 수단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과 러북 군사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평화·안정을 크게 위협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양·다자 간 긴밀한 공조를 이어 나가기로 약속했다.
조 장관은 오는 19일에는 모리셔스 외교장관, 20일에는 감비아 외교장관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영국 부총리, 호주 외교부 부장관과의 접견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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