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회 "전문의, 이대론 4년간 배출 못해…비통한 심정"

기사등록 2024/03/14 16:01:04 최종수정 2024/03/14 20:41:29

대한내과학회 14일 호소문 발표

"정부·대통령 사태 해결 나서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공의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내과 의사들이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인 내과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대한내과학회는 14일 호소문을 내고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고 있다"면서 "상황이 잘 정리돼도 상당수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특히 내과 전공의는 10%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국 병원 전공의 수련 책임자들이 하소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전국 상급종합병원에 내과 전문의가 3500여명이 근무하고, 비대학 수련병원까지 합치면 4600명이 넘는다"면서 "전공의 3개 연차가 1800명이라고 하면 전체 6400명 의사 중 28%가 내과 전공의로, 전공의가 없는 병원은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병원의 교수(전문의)와 전공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협업 체계로 돌아간다"면서 "심장중재술을 통해 심근경색증 환자를 살려내는 것도, 밤에 피를 토하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를 내시경으로 치료해주는 의사도, 호흡곤란으로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를 기계호흡을 유지하면서 중환자실 치료를 하는 의사도 모두 당직하는 전공의와 내과 전문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증, 응급의료 체계는 돌아가고 있으니 의료대란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중증 환자와 응급 환자에게 큰 피해가 가는 순간 의사들의 주장이 송두리째 묻힐 것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야간 당직을 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의사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면서 "사직서를 내고 나간 전공의는 의사의 직분을 팽개쳐 버린 나쁜 놈이고, 교수들은 그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병원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교수들의 몸과 마음도 그 한계가 다가오고 있고, 이제 힘들어서 사직을 생각하고 있다. 더 큰 의료대란이 오기 전에 이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올해 649명의 신입 전공의 중 1명도 수련을 시작하지 못했고, 심지어 2~3년차도 거의 대부분 병원을 떠난 상태다. 학회는 향후 4년간 내과 전문의를 배출할 수 없게 되면 필수 의료가 황폐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전국의 수련 병원에서 매년 600-650명의 내과 전공의를 선발하고 3년 수련과정을 거쳐 국민주치의 내과의사를 양성하게 되는데, 4년간 내과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게 되고 내과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과학회가 현 상황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인식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지금 이 상황을 풀고 의료대란을 정상화해 줄 사람은 대통령과 정부"라고 말했다.

또 "중증 환자, 응급 환자 진료로 하루하루 지쳐 나가고 있는 교수들마저 쓰러져 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가해진다면 그 책임에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에서 부러워했고, 소중한 우리나라 의료를 죽일 것인지, 다시 살려낼 것인지 마지막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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