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15일까지 집단사직 결정
환자·가족들 "생존에 대한 불안감 커"
"다음 달 아내 유방암 수술인데 걱정"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이정혜(35)씨는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얼마 전 아이가 MRI를 찍을 때 소아마취과 전공의가 없어서 검사가 취소될 뻔한 경험을 했다. 다음 검사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각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중단, 의대 증원안 백지화'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기존 의대 증원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 교수 집단 사직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최모(71)씨는 "4월1일에 아내의 유방암 수술이 예약돼 있는데 그때 수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환자들을 생각하면 교수들까지 진료 현장을 떠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8개월 된 손자를 안고 병원에 온 60대 김모씨도 "아이가 아침에 토를 해서 병원에 갔는데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구급차를 탔는데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2시간이 지체됐다"며 "그전에는 의사 파업을 보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피부로 느끼니 너무 슬프다. 환자를 볼모로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만난 문경희(73)씨는 "10년 전 유방암수술을 한 뒤 간과 심장, 폐조직 검사를 하며 계속 서울대병원에 다녔다. 그런데 오늘 오니 담당 교수님이 없더라"며 "눈앞이 캄캄해지고 이제 죽는 길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 병원에 오면 내 차트가 다 있는데 다른 병원에 가면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야 할 텐데 암담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근무하는 미국인 팀(61)씨는 "제주도는 응급실에 의사 한 명만 있고 전공의가 없다. 거기서는 치료를 받기 힘들어서 세브란스병원까지 왔다"며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는 건 정말 큰 문제다. 정부와 의사가 싸울 게 아니라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은 위험수위를 넘기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전공의 1만2001명(93%)이 현장을 이탈한 가운데, 서울대·연세대 등 19개 의대 교수 대표들이 오는 15일까지 집단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제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사직한다는 것은 사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교육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진료와 교육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수 집단사직이 현실화될 경우 의료법에 따른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innovation@newsis.com, honey@newsis.com, d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