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예측하고 대책 수립 않은 혐의
김광호 측 "도의적 책임 갖고 있지만…"
"여름 해변에 경찰력 투입하라는 건가"
류미진 측 "동시에 5개망 들어야 하나"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근무자였던 정모 전 112상황3팀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김 전 청장은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경비기동대 배치 등 적정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지난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사상자의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 측은 "도의적·행정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형사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라며 "본건 사고로 인명피해가 있었고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단 것만으로 공소제기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면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어 "본건 사고를 예측했다거나 예측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상당함에도 구체적인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을 때만 공소가 유지될 수 있다"며 "언론이나 호사가 가운데선 사고가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날이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분장하고 파티하는 날이 됐다"며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압사 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을 사전에 투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크리스마스나 여름철 해수욕장에 사전적으로 경찰력을 대규모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사 당일 근무 지정장소가 아닌 청사 내 개인 사무실에서 근무해 112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아 사고를 키운 혐의를 받는 류 총경 측도 혐의를 부인했다.
류 총경 측은 "112망은 서울 5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검찰 측 논리대로면 5개 망을 동시에 들었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지휘관으로서 지휘망을 무전 청취하고 있었음에도 청취할 수 없는 112망을 듣지 않은 것을 두고 임무를 해태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참사 당일 112 신고 접수 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급자에게 뒤늦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 정 전 팀장 측도 "검찰 측이 정 전 팀장의 보고가 늦었다고 주장하려면 얼마만에 보고하는 것이 정상적인 보고인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며 "공소장에 별다른 얘기 없이 보고가 지연됐다고만 기재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월19일 검찰수사심의원회의 공소 제기 권고를 수용해 김 전 청장, 류 총경, 정 전 팀장 등을 기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리는 서울서부지법 앞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청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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