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대응 및 수술·중환자 진료 어려워
"지방의료 공백은 누가 책임지나" 목소리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대응으론 역부족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의료기관 비상진료 지원 공중보건의사 파견 협조 요청' 공문을 지방 의료기관에 내려보냈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전국 20개 의료기관에 공보의 파견 지원을 결정하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공보의 파견 요청이 접수됨에 따라 시도 소속 공보의 파견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보의란 군 복무 대신 의사가 없는 마을이나 지방 각지의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등에서 3년간 근무하는 의사를 말한다. 공보의 모집 규모는 총 138명이다. 파견 기간은 오는 11일부터 4주간이며 13일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파견되는 공보의는 '빅5' 병원을 비롯해 국립대병원 같은 지역 거점 병원 등의 필수의료 진료과에 배치돼 입원 및 응급 환자 등을 대상으로 근무하게 된다.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공보의 대학병원 파견을 통해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인데, 의료현장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학병원의 주요 기능인 응급환자 대응이나 수술, 중환자 진료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0년 총파업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환자실, 응급실에도 전공의들이 빠져 남은 의료진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과 A 교수는 "공중보건의라 하더라도 현장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 바로 수술이나 중환자 진료에 투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각 병원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병동 일반 환자의 주치의를 시킬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은 힘들어서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의가 대학병원으로 파견되면서 지방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산청군, 연천군, 화천군, 무주군 등 지방 각지에서 지방의료를 위해 힘써오던 의사들이 대학병원으로 빠져 나가면 지방의료 공백은 누가 책임지냐"고 반문했다.
앞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마련의 일환으로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최대로 늘리고 군병원 12곳의 응급실도 개방했다. 그러나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중 5%, 병상 수 기준으론 약 10%에 불과한 데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고난도·중증환자 진료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