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연기' 86건…실제 피해 더 클 듯
"중증 환자들 악착같이 버티고 있어"
의료 대란 4주차인 이번 주부터는 응급·중증환자들이 입는 피해가 보다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의사집단행동 피해 법률지원단' 및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법률 상담은 총 127건이었다.
피해 유형으로는 '수술 연기'가 8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수술취소 13건 ▲진료거부 8건 ▲입원지연 3건 ▲기타 17건의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구조 신청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암환자권익협의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단체들에 따르면 한 암환자의 경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최근 암 검사를 마친 뒤 지난 6일 첫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으나 병원 방문 당일 치료를 거부당했다. 병원 사정으로 더 이상 신규 항암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환자는 수도권의 다른 대학 병원들에도 문의했으나 모두 같은 답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암환자는 지난 2월 말 병원에서 "중요한 개인 사정으로 외래 시간을 변경하려 했으나 절대 불가하며 예정된 외래조차 취소될 수 있으니 예정된 시간이라도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응대를 겪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에선 정부에 접수된 것보다 실제 피해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피해 신고를 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에도 치료가 한창이라면 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사망 등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을 맞은 게 아니고서야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라는 말이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대형병원에 가는 사람들은 오랜 고민을 통해 의사와 병원을 결정한다"며 "(일정) 지연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치료를 안 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환자들이 일정 연기로 인한 불편·불안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이상의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예상된다.
보통 항암치료는 3~4주 주기로 진행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의료 공백 4주차가 중증환자들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문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환자들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환자 사고 발생 전 정부와 의료계가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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