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청 "협조 부탁하며 전화한 것이지 할당은 아냐"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자발적으로 여기 왔겠냐. 동네서 2명씩 동원하라 해서 온 것이다"
수성구 의원들의 의정 활동비 인상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마련한 '주민공청회'가 요식 행위로 전락한 모양새다. 수성구청은 각 동별로 인원을 할당했고 이에 주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공청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대구시 수성구 등에 따르면 수성구의회 의원 의정 활동비 지급기준 결정을 위한 주민공청회가 이날 오후 3시 범어도서관 지하 1층 김만용·박수년홀에서 진행됐다.
공청회는 수성구 의정비심의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잠정적으로 결정한 의정 활동비 지급 기준 월 150만원 이내에 대한 토론 및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김종배 대구광역시 수성구 의정비 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한 이번 공청회에는 이재우 사람과희망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김진환 전 대구 수성구의회 의장 등 찬성 측 2명과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가 반대 측 발표자로 나섰다.
이재우 이사는 "20년간 의정비 활동이 동결됐고 물가 상승률은 56% 정도 인상됐다"며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문제가 발생되며 주민 욕구가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실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소통에 필요한 의정 활동비를 현실화해서 의원 활동에 더욱 성실하고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정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환 전 수성구의회 의장은 "의원들이 양질의 의정 활동을 수행하려면 적절한 비용, 비용 지급과 지원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의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주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정비 인상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반대 측 발표자로 나선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좀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입법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의회가 국회나 중앙정부에 맞서서 시행령 개정에 국한할 것이 아닌 조례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성과 반대 측 발표자들의 의견 발표가 종료된 후 김종배 위원장은 반대편 주장에 대해 의견 혹은 질문을 해달라고 발표자들에게 말했다. 이들 모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이에 김 위원장은 참석한 방청객들의 의견을 물었다.
황금2동의 한 주민은 "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신다고 몇 번에 걸쳐 이야기했는데 열심히 하시는 건 맞지만 주민들은 공감하지 못한다"며 "여기 오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여기 왔겠냐. 동네서 2명씩 동원하라 해서 우리가 온 것이다. (공청회) 홍보가 많이 좀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면 안에서 열심히 하시는 것은 알지만 밖으로 보는 모습은 많이 부족했다"며 "20년 동안 안 올랐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수성구민들 역시 수도세, 전기세 등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했다
수성구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날 열린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제2차 회의에서 의정활동비 지급 기준을 결정하고 통보할 예정이다.
지방의원인 대구 수성구의회 의원은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과 활동비 개념인 의정 활동비를 합한 금액인 4170여만원을 올해 받는다. 월정수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하고 있으며 의정 활동비는 지난 2003년부터 광역의원 월 150만원, 기초의원 월 110만원으로 동결돼 왔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월 상한액은 광역의원은 200만원, 기초의원은 150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이에 수성구의회도 의정 활동비를 법정 한도액까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되면 대구지역 직장인 평균 연봉 3500여만원을 상회하는 연간 465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이는 업무추진비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요식 행위 지적에 대해 수성구 관계자는 "요식 행위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 구청 자체로도 충분히 노력했다"며 "협조를 부탁하며 전화한 것이지 할당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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