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美 '비핵화 중간 조치', '담대한 구상'과 동일 취지"

기사등록 2024/03/05 16:52:57 최종수정 2024/03/05 16:53:23
[워싱턴=뉴시스]미라 랩 후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 2024.02.1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정부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의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미국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언급에 대한 확대 재해석을 경계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동일한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임 대변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 정부의 공통된 목표"라면서 "북한 정권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의지가 확인된다면 이를 이행하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랩후퍼 선임보좌관은 전날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특별대담에서 "미국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면서도 "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간 조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발언 내용에 대해 우리 정부 측과 사전 논의나 소통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중간 조치란 북한의 핵동결 혹은 감축에 상응해 대북제재 일부 완화 등 대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 공식화, 농축 우라늄 생산 금지 등이 중간 단계의 조건으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랩후퍼 선임보좌관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침에 따라 대북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각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축으로 하는 '담대한 구상'과는 맥락을 달리한다.

담대한 구상의 이행은 ▲초기조치 ▲실질적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 등 3단계로 구분된다. 특히 초기조치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순간 실시되므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는 게 조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북미간) 아직 협상이 시작되지 않았고 미 측이 우리에게 협상 카드를 보여주진 않는다"면서도 "기존에 우리의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 양국 간 큰 차이가 없다. 미 측이 '중간 조치'라고 표현했지만 이미 단계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북한이 호응해오고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단계별로 진행될 수 있다"며 "한미 간에는 여러 계기마다 북한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안정 관련 사안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우방국들이 북한 문제 관련해 사전 그리고 사후 협의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부인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북한과는 항상 대화의 장이 열려있고 우리 정부가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서 3국 정책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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