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4일 문서 대량폐기…1t 트럭 동원
목격자 "차량 가득 실어" 경찰 출동도
의협 "1일 압수수색…기한 지난 문서 폐기"
시민단체 "문서 파쇄업체에 증거인멸교사"
[서울=뉴시스]임철휘 장한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경찰 압수수색 사흘 뒤인 지난 4일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불러 대량으로 문서 폐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은 정례적인 문서 파기 작업이라고 해명했으나, 한 시민단체는 증거인멸교사가 의심된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의협은 전날(4일) 오전 문서 파쇄업체에 의뢰해 문서를 폐기 처분했다. 해당 업체는 의협 요청에 따라 전날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용산구의 의협 사무실에서 대량의 보안 문서를 1톤 차량에 실어 수거해갔다.
당시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목격자가 이를 보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목격자는 뉴시스에 "보안 문서를 차량 가득 싣고 떠났다"며 "경찰서 지구대에서도 차량 두 대가 왔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기업 등의 기밀이나 중요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 문서를 차량이나 공장에서 대량 파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의협에서 문서량이 많을 경우 의뢰가 오면 한다"며 "작년에도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브리핑에서 "의료감정팀에서 문서를 파기한 것"이라며 "환자들이 의료사고 피해자라며 소송을 걸면 검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의협으로 의료감정 문의가 와서 답변을 한다. 이 때 (자료가) 개인정보여서 3~4개월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파기한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날 오후 김태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주수호 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강화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 의협 전·현 집행부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추가 고발했다.
서민위는 "자기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목적으로 타인을 교사했을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인정된다면 교사범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의협이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불러 대량으로 문서를 폐기한 것이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앞서 지난달 21일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의협 집행부를 의료법 위반·협박·강요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압수수색 이후의 문서 폐기라면 증거인멸죄 성립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에 유익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압수수색을 안 해간 자료들이어서 관련 증거가 아니라고 반박한다면 증거인멸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오전 의협을 비롯해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 사무실,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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