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상 윤한결 "잘츠부르크페스티벌서 제 작품 지휘"[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4/03/05 06:00:00 최종수정 2024/03/05 07:05:29
작곡가 겸 지휘자 윤한결. (사진=국립심포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작곡을 통해 제 꿈을 괴롭게 키워갔고, 피아노와 지휘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윤한결(30)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지난해 8월 한국인 최초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 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8월에는 세계적 클래식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 방송교향악단을 지휘, 공식 데뷔무대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작곡한 작품을 지휘할 예정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윤한결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워낙 세계적인 페스티벌이라 기대가 크다"며 "주최 측에서 현대곡을 하나 지휘하면 좋겠다고 제안해와서 제가 직접 작곡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다음날 그렇게 하자는 답이 왔다"고 말했다.

"지휘도 지휘인데 지금은 작곡이 더 급해요. 두 달 전부터 열심히 작곡하고 있습니다. 3년만의 작곡이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했더니 지금 10마디 정도 남아있어요. 주제가 15번은 바뀌었죠. 제가 작곡할 때 이런 식으로 하다가 갑자기 확 풀리는 편인데, 그것만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작곡가 겸 지휘자 윤한결. (사진=국립심포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휘로 이름을 알렸지만 윤한결은 사실 작곡가로서 더 오랜 시간 노력했다. 어린 시절 동네 피아노학원을 다니면서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함께 배웠고, 서울예원학교와 서울예고에서도 작곡을 전공했다. 독일 뮌헨음대에서 작곡과 피아노, 지휘를 함께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 제네바 콩쿠르 등 작곡가로서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께 수준 높은 두 개의 작곡 콩쿠르에서 결선에 올랐는데 최종까지 가지 못했어요. 그 대회들이 끝나고 나니 목표의식이 사라지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자 싶어 2018년부터는 지휘에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잘 풀렸죠."

윤한결은 2019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 및 아카데미에서 역대 최연소로 네메 예르비상을 수상했다. 2021년 국립심포니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2020년 게오르그 솔티 콩쿠르와 2021년 독일 지휘상에는 각각 결선에 진출했다. 2021년 윤한결은 노이슈트렐리츠 신 브란덴부르크 극장 오케스트라의 제2카펠마이스터를 맡았다. 2년에 걸친 임기 동안 '세비야의 이발사' 등의 오페라를 지휘했다. 작곡 작업도 계속됐다. 2021년에는 그의 '그랑드 히팝'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로 초연됐다.

윤한결은 "지휘는 소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어 즐겁다"며 "반면 작곡은 괴로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뭐가 괴롭냐면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저녁에 써야겠다' 했는데 생각이 안 나요. 당장 썼을 때 마음에 들어도 다음날 들어보면 별로인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작곡을 내려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 괴롭지만 가고 싶은 길이기 때문이다. "작곡과 지휘가 서로 도움을 줘요. 작곡을 먼저 시작했는데, 그 덕에 지휘를 할 때 악보가 빨리 읽혀요. 지휘를 하면서 많은 작품들을 연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돼 작곡에 도움을 받죠."

카라얀상을 받은 후 그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콩쿠르는 피해갈 수 없는 것이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100% 보인다기보다 심사위원에 맞춰 연주하는 경우가 많죠. 카라얀 콩쿠르에서는 다행히 그런 느낌을 안 받았어요. 하고 싶은대로 즐겁게 했고,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콩쿠르가 끝난 후에는 이제는 원치 않게 참가해야 하는 대회가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작곡가 겸 지휘자 윤한결. (사진=국립심포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윤한결은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장 에프랑 바부제와 함께 '라벨,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공연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작 '풀치넬라 모음곡'과 '불새 모음곡'도 지휘한다. '카라얀상' 수상 후 첫 국내 무대다.

윤한결은 "다른 악단에서도 연락이 왔었는데 국립심포니와 국내 첫 지휘를 하고 싶었다"며 "국립심포니의 국제지휘자콩쿠르 덕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됐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대단한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윤한결은 지휘자에게 인정받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 "인품, 소통, 해석 등 지휘자의 중요한 역량들이 있는데 저는 예전부터 테크닉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어요. 리허설도 짧고 말도 별로 없는데, 간단한 동작만으로 악단이 지휘자가 뭘 원하는 지 알게 하고, 소리가, 음악의 흐름 바뀌는 마법을 보여주는 그런 지휘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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