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국제 조사 통한 책임 소재 규명 촉구
유엔 대표단 "부상자 상당수가 총상 입어"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구호품 호송대에 몰려든 주민 백여명이 사망한 사건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주민 다수가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사상했다고 평가하며 국제사회 조사를 촉구했다.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은 2일(현지시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명의 성명을 내 "어떤 경우든 국제법 규정을 준수하고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분배를 보호하는 건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규탄했다.
EEAS는 "이 사건 책임은 이스라엘군 제재와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의 인도적 지원 공급 방해에 있다"며 "인도적 지원 진입 제한이 식량 부족, 기아, 질병뿐 아니라 폭력을 초래하는 절망감 조성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 진입과 검문소 개방에 가하는 제한을 규탄한다"며, 남부와 북부 검문소 및 항구를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요르단과 직접 이어지는 인도주의 통로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EEAS는 이번 참사 관련 공정한 국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도 촉구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다섯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 호송대를 약탈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호송대로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수백명이 사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가 최소 115명, 부상자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참사 발생 경위를 놓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대부분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상했다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은 경고사격만 했을 뿐 상당수가 압사당했다는 입장을 냈다.
유엔은 현재까지 확인된 부상자 상당수가 총상을 입었다며 팔레스타인 측 주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으로 구성된 유엔 대표단은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방문에서 부상자 다수가 총상을 입은 점을 확인했다.
한편 참사 이후 요르단과 이집트는 공중 투하를 통한 구호품 전달에 나섰다. 미국도 이날 미 공군 화물기를 통해 3만8000명분 식량을 공중에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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