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평년 대비 3배 많은 132㎜ 비 내려
산사태로 카페 벽면 무너지는 사고도
광주·전남 취약지 4000여 곳 우려 커져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이번 겨울 유독 많은 비가 내리면서 해빙기 붕괴 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따뜻한 날씨에 비까지 쏟아지면서 봄철 지반 약화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가 사고 예방을 위해 해빙기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벌써 낙석 피해 등 관련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몰라'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년보다 2.2배 많은 비…사고 위험성 높아
3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은 지난 1월 기온이 평년보다 1.9도 높았고, 2월에도 평년 대비 약 4도 가량 높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강수량 역시 많았다. 광주·전남의 올해 1월 한 달 평균 강수량(광주·목포·여수·완도·장흥·해남·고흥지점 평균 값)은 65.2㎜로 집계됐다. 이는 평년(29.6㎜) 대비 2.2배가 많은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무려 131.5㎜의 비가 내렸다. 평년(43.7㎜)에 비해 3배가 더 많은 비가 쏟아진 셈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평년(33㎜)보다 약 2배가 많은 65.2㎜의 비가 왔다.
이번 겨울 평년보다 약 2.2배가 많은 비가 내리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오는 봄 해빙기 지반 약화로 인한 각종 붕괴 사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제 지난달 16일 오전 8시 50분께 광주 북구 월충동 한 야산 경사면에서는 돌덩이가 쏟아지면서 인접한 카페 벽면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로 50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이 이른 시간 영업 전 사고가 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난 곳은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낙석방지망도 설치돼 있었으나, 돌덩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떨어져 나갔다.
또 지난달 23일 오전 11시 48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노후 주택에서는 정화조 설치 공간을 메웠던 토사가 연일 내린 비로 씻겨 내리면서 담벼락이 무너지기도 했다.
◆광주·전남 취약지 4000곳…우려 목소리 커져
봄철 본격적인 해빙기가 시작되면서 각종 붕괴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광주에는 급경사지 186개소와 산사태 취약 지역 174개소 등 360개소가 해빙기 취약지로, 전남은 3627개소가 해빙기 붕괴 위험이 있어 점검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들은 해빙기를 맞아 해당 구역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점검 기간도 짧은 데다, 그마저도 육안 점검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9일 광주 남구 진월동 한 아파트 옹벽 현장을 찾았다. 안전등급 D등급지 관리 대상으로 붕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계측기를 설치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곳이다.
갈라지고 복구하길 반복한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옹벽 아래에는 아파트 입주자들의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문제는 붕괴 위험성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 옹벽 위 도로변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어 하중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붕괴 위험지역에 대한 차량 주차 부분에 대해 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밖에 북구 매곡동 한 어린이집은 건물 뒤편이 경사로와 맞닿아 있었다. C등급 관리지인 이곳은 가파른 절벽 아래 바로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낙석방지망이나 담벼락 등 별다른 안전조치가 없어 위태로워 보였다.
또 같은 C등급 관리지인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주차장 뒤편도 낙석 가능성이 커 보였으나, 낙석방지망은 언제 설치했는지 대다수가 녹이 슬고 일부는 망가진 채 기능을 상실한 듯 보였다.
광주의 한 지자체 취약지 점검 담당 공무원은 "취약지로 분류돼 관리 대상인 곳이라고 해도 매일 현장에 나가 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해빙기에는 언제 어디서 낙석이 발생할지 미리 알기 쉽지 않아 이번 점검을 통해 사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최근 많은 비로 빗물이 스며 하단에 고이면서 하중이 발생해 해빙기 붕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자체 결정하는 취약지 안전등급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떨어진 상태지만 D등급지부터 예산을 투입해 계측기를 설치하는 등 사전예방 조치를 한다"며 "해빙기 때 잠시 육안으로 살펴보는 것을 예방적인 점검이라고 할 수 없다. 지속적으로 붕괴 위험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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