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방지 위해 국가 관리·감독 강화돼야"
진화위, 덕성원 직권조사 가능성 미지수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덕성원 피해자들은 공통된 답변을 내놓았다. '되풀이되지 않는 것'. 아무런 잘못도 없이 노동과 구타를 당해야만 했던 끔찍한 어린 날의 기억이 그 누구에게도 또다시 반복되지 않길, 부디 자신이 겪었던 고통에서 끝나길 피해자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덕성원 피해자 김모(50대)씨는 악덕 보육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들은 보육원이라는 자체, 그 실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덕성원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일을 벌이는 곳이 또다시 생기지 않으려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를 해줘야 하는 공간에서 영화 '도가니'처럼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가해자는 잘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피해자들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하고 있고, 그 응어리는 평생토록 남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에서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안종환(50)씨는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덕성원의 실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달 초 피해자협의회를 꾸린 그는 이후 몇몇의 피해자들과 함께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는 "첫 기자회견을 연 뒤 피해자들의 연락이 속속들이 오고 있다"며 "대구,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 대표직을 맡고 있는 안씨는 모여든 피해자들의 연락처를 보이며 뿌듯해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과정도 어려움이 많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안 대표는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주변인으로부터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낙인이 찍힐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피해자들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덕성원의 진상을 밝히는 일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직권조사를 시작으로 사건 진상 규명, 국가 손해배상, 공식적인 사과까지 그는 단계적인 움직임을 밟아 나갈 것이다.
아울러 그는 2000년 덕성원 폐쇄 이후 지금도 부산의 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덕성원 일가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 연장된 진화위 활동…덕성원, 직권조사 될까
덕성원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진화위의 직권 조사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진화위의 진상 규명을 통해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인권 유린 행태가 뒤늦게나마 밝혀졌었다. 이로 인해 덕성원 피해자들 또한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일과 유사한 행태를 겪었기 때문에 덕성원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진상 규명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진 진화위가 직권조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진화위는 미처리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내년 5월까지 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진화위 내 접수된 2만여 건의 사건 중 처리 완료된 사건은 50%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 22일 오전 진화위 관계자와 만나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답변만 전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진화위는 이미 내부에서 물리적인 시간과 인력 한계로 인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 상정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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