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나는 언제나 진부한 표현들 속에 갇혀 살았다. 유행만 좇는 뻔한 베이직걸,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우쭐대는 픽미걸, 싼티 나는 여자, 핑크로 치장한 공주병 등 여성에게 적용되는 도식 안에서 내 자리를 찾아보려고 고군분투했다."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프런트페이지)의 저자이자 독일 페미니즘 트렌드를 이끄는 60만 인플루언서 타라-루이제 비트베어가 말하는 여성혐오는 이전과 다르다.
가부장제 아래 여성을 대놓고 차별했던 과거와 달리, 타라가 포착한 최신 여성혐오는 "은근한 형태"를 띈다. 책상이 깨끗하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사무실 정돈 등 커리어와 상관없는 업무를 떠맡긴다거나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가부장 구조를 노출시켜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이를 내면화하게 한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대중음악 가사나 '드라마퀸', '베이직걸'로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는 하이틴 드라마도 같은 방식으로 여성혐오를 확산시킨다.
1990년생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분노로 응수하는 대신 여성들의 손에 삐딱한 유머를 무기로 쥐여준다. 여성이 소비하는 콘텐츠가 수준이 낮거나 단순하다는 꼬리표에 "고함을 지르는 관중들에게 둘러싸인 스물두 명이 공 하나를 쫓으면서 득점은 거의 내지도 못하는 그 스포츠도 첨단 과학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지 않나"라고 응수하는가 하면 "미안한데, 하나도 안 미안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타라는 눈물이 많고, 불안해하고, 유약한 것은 ‘여성적’이고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자기검열에 시달렸던 과거를 뼈아프게 인정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과 같았던 수많은 이들에게 유구한 여성혐오의 역사를 조목조목 짚어주고 위트 있는 조언을 통해 유쾌한 페미니즘의 세계에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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