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왔는데 다른 곳 가라니…" 환자도 병원도 지쳐간다

기사등록 2024/02/28 07:00:00 최종수정 2024/02/28 07:17:29

전공의 집단 이탈에

충북 의료 현장 신음 커져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병원을 이탈한 지 일주일을 넘어가면서 환자와 현장을 지키는 남은 의료진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은 40대 A씨는 중증 환자가 아니어서 진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A씨는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는데, 중증이 아니어서 2차 병원을 가보라고 하더라"며 "아픈 와중에 힘들게 찾아왔는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니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4년째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심혈관질환 진료를 받는 B(37)씨는 분기마다 받는 외래 진료일을 앞두고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하면서 심장 쪽은 위급 상황이 아니면 진료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며 "아직 지연됐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현 사태가 장기화되면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전공의 파업 이후 첫 주말이던 24~25일 이 병원 응급실은 운영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초진을 맡을 전공의가 없다 보니 응급실 가동률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평소 주말엔 150명 안팎의 응급 환자를 수용했던 것과 달리 지난 주말에는 50여명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초진을 맡은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을 이탈해 진료에 다소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가동률과 함께 이 병원 병상 가동률 역시 70%대에서 4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하루 평균 70건에 달하는 수술 건수는 40여 건으로 약 42% 줄었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병원 측은 교수와 전임의 등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대병원 응급실과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전문의 7명이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고 있다.

내달부터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신규 인턴(35명)도 전원 임용을 포기해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다음 주면 한계치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는 현재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3월부터는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할 경우 업무방해와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 가능 할 것으로 보고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기준 충북지역 전공의 200명 가운데 미복귀 전공의는 160명으로 파악됐다. 병원별로 충북대병원 121명, 청주성모병원 21명, 건국대 충주병원 9명, 청주효성병원 4명, 제천서울병원 3명, 충주의료원 2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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