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민 인턴 기자 = 미국 앨라배마주 대법원에서 나온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는 판결에 대해 '냉동 난자 다수를 채취해야 하는 체외 인공수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이라는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플로리다주 의회가 이 같은 여론의 영향을 받아 '태아 인격권' 법안의 통과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공화당 의원들은 그간 추진해 오던 태아 인격권 법안을 통과시키는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플로리다주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로,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결로 인한 우려가 나오기 전까지 태아 인격권 법안은 주 의회 대부분의 상임위원회를 쉽게 통과했다.

태아 인격권 법안에는 민법 상 태아를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 정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 지지자들은 해당 법안이 임산부에게 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게 추가 처벌을 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법안 반대론자들은 낙태를 돕는 사람 등을 처벌할 수 있는, 태아의 인격을 확립하려는 노력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체외 인공수정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플로리다주 의회가 태아 인격권 법안의 추진을 보류한 것이다. 태아 인격권 법안에서 '태아'의 개념이 모호해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과 같이 체외 인공수정을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플로리다주 의회 의원들은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초반에는 침묵을 지켰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체외 인공수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어린이이며, 이를 폐기한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앨라배마주 내 난임치료병원에서는 난임 부부가 받는 체외 인공수정 시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체외 인공수정 시술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 난자를 채취해 인공 수정하는데, 이중 일부만 자궁에 이식하고 나머지는 첫 시도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냉동 보관한다. 이와 관련해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냉동 배아의 폐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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