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복귀" 최후통첩 반발…'맏형' 전임의도 '들썩'

기사등록 2024/02/27 10:21:46 최종수정 2024/02/27 10:30:38

전임의들 "2014·2020년 때와 상황 달라"

전임의 빠지는 29일 이후 의료대란 우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고 있다. 2024.02.2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시한을 못 박아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통보하자 전공의 대신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맏형'격인 전임의들이 들썩이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던 전임의들은 정부의 최후통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A 전임의는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를 정지하고 형사처벌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임의들이 난리가 났다"면서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때와 2020년 총파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 반대 파업) 땐 전공의들이 나간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사안이 심각해 그렇게 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전공의들이 이달의 마지막 날인 29일까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학병원의 핵심인력인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사실상 복귀 시한을 통보하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최근 계약 종료 시기인 이달 말이 가까워지면서 이탈 조짐을 보였던 전임의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복귀 시점을 29일로 통보하면서 반발심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병원 측과 계약상 문제가 있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임의들은 이달 말 종료되는 근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내달부터 병원을 비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 전임의인 레지던트 4년차도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전임의들마저 29일 이후 근무를 중단하면 내달부터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이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으로 수술 건수와 입원 환자를 50% 안팎으로 줄였는데, 입원·전원 수속과 진료 등을 할 수 있는 전임의들이 빠져나가면 수술 축소 및 입원 환자 규모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빅5' 병원은 전임의들도 많아 타격이 클 전망이다.

전임의는 전공의보다 업무 범위가 넓다. 외래 진료는 물론 환자 입원 등을 결정하고, 입원 환자도 관리하다. 교수 옆에서 수술을 돕기도 하지만 집도하기도 한다. 대학병원에서 전임의에 이어 교수의 추가 이탈로 이어지면 전원되는 환자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전임의와 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전임의는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별도의 조직이 없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워낙 이견이 커 필수의료 지원책 등 다른 쟁점들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당사자인 전공의 측(대한전공의협의회)과 대화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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