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의 눈' 만드는 韓 유일 기업, '우주인터넷'도 구축한다

기사등록 2024/02/22 12:02:25 최종수정 2024/02/22 15:53:30

국내 유일 '위성의 눈' 다 갖춘 한화시스템…韓 주변 감시 체계 구축

'클린룸'서 위성들 제작…지난해 국내 최초 소형 SAR 위성 발사 성공

'유텔셋 원웹'과 우주인터넷 서비스 추진…군용 통신망부터 만든다

[서울=뉴시스]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 위성통합시험장 클린룸에서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용 카메라 조립, 정렬 및 성능 측정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한화시스템은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전자광학(EO)∙적외선(IR)∙영상레이다(SAR) 탑재체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이들 탑재체는 감시·정찰·관측을 위한 위성의 핵심 장비다. 이같은 관측 능력은 향후 위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로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단순한 관측을 넘어 위성 통신, 인터넷의 영역에도 발을 들인다는 목표다.

지난 21일 오후 방문한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대로변을 벗어난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위성의 눈인 EO∙IR∙SAR 탑재체가 제작된다.

◆한반도와 주변국 감시하는 '위성의 눈' 개발…온도·습도·진동 완전 제어 '클린룸'서 만든다
[서울=뉴시스]한화시스템이 2023년 12월 우주로 성공 발사한 ‘소형SAR위성’ 1:1목업.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은 2009년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3A호의 IR센서 개발을 시작으로 2015년 국내 최초로 IR센서 국산화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위성 탑재 장비의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해왔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지역 및 주변국을 준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중∙대형위성 EO∙IR 탑재체와 SAR 탑재체를 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구 관측을 위한 광학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위성)의 탑재체도 개발 중이다. 다목적실용위성은 한반도 관측 수요 증가에 따라 국경 인근 및 해양 등을 보다 선명히 관측하기 위해 개발된 고해상도 지구 관측 위성이다. 현재 한화시스템은 아리랑 위성 7호, 7A호의 EO∙IR 탑재체도 개발 중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되는 IR탑재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IR해상도로 개량해 감지·관측 성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위성들은 용인종합연구소에 마련된 클린룸에서 제작된다. 위성 제각 공간인 클린룸은 작은 오차도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위성 제작 공정을 고려해 공기 흐름과 바닥에서 오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실제로 클린룸 내 온도는 24시간 내내 22℃(±2℃)로 유지되며, 습도도 1년 내내 30~70%로 유지된다. 광학장비에 치명적인 먼지 방지를 위해서도 청정도 레벨이 ISO 6등급으로 유지되며, 조립 정렬을 방해하는 미세한 진동에 대비해 방진 시설도 최고 수준인 클래스 E레벨을 갖추고 있다.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소형 SAR 위성' 국내 최초 발사…독특한 형태로 수납 효율 극대화
[서울=뉴시스]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4일 14시 정각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소형 SAR 위성을 우주로 발사한 모습.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최근에는 이같은 클린룸에서 만들어진 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4일 국내 최초로 100㎏ 이하 소형 SAR 위성을 개발해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발사한 뒤 교신까지 성공한 것. 해당 위성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상용 지구관측 위성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SAR위성은 원통 또는 박스형 본체와 날개 형태의 태양전지판이 달린 일반 위성과는 다르게 SAR 탑재체와 본체 및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얇은 직육면체 형태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무게는 줄이고 하나의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제작해 발사 비용을 절감했다. 즉 본체-탑재체 일체형 설계를 통해 발사체 수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설계됐다.

SAR위성의 핵심인 안테나는 국내 최초의 한국형전투기(KF-21)의 AESA레이다 과제에서 검증된 반도체 송수신 장치를 활용해 초경량 고효율 능동위상배열안테나를 적용했다. 1m급 고해상도 관측 모드와 넓은 영상 획득이 가능한 광역 관측 모드를 제공하며, 고해상도 관측 모드는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소형 SAR 위성 국산화 성공을 시작으로 앞으로 위성 분야 R&D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위성 서비스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772조원' 우주 인터넷 시장도 출사표…유텔셋 원웹 손잡고 군용 망부터 구축

향후 우주산업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우주 인터넷과 위성통신 서비스에도 뛰어든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를 1조1000억 달러(약 1464조원)로 전망했는데, 이 가운데 5800억 달러(약 772조원) 이상이 우주 인터넷 시장의 몫으로 추산됐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안정적인 통신망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위성통신 안테나 관련 시장규모는 2026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주 인터넷이라 불리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는 지구 저궤도(200~1000㎞)에 막대한 수의 소형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전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을 말한다. 광랜이 필요 없기 때문에 항공기·선박·기차·차량·UAM 기체 등에 안테나를 장착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오지·해상·공중 등 세계 어느 곳에서나 24시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도록 초공간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처럼 급성장이 예상되는 우주인터넷 사업을 위해 지난 2021년 8월 글로벌 기업 '유텔셋 원웹'에 3억 달러(투자 당시 환율 약 3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유텔셋 원웹은 세계 최초로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 기업이다. 지난 5월20일 19차 최종 발사를 통해 총 634대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모두 발사했으며, 2023년 말부터 글로벌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한 한화시스템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 가상도.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은 투자 이후 현재도 위성 제작·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협업 등 유텔셋 원웹과 시너지를 내며 우주인터넷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특히 유텔셋 원웹의 위성망을 활용하면 신속하게 군 저궤도 통신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한화시스템은 차량용(OTM)·운반용·함정용 단말기 개발·양산 및 서비스 공급까지 계획하고 있다.

위성망과 지상망이 통합된 다계층·초연결 네트워크를 통해 유무인 복합체계를 원활하게 운용하고, 전시·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끊김없이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미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정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쳐 통신서비스 제공 자격을 획득한 상태다.

실제로 작년 11월엔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주관 398억원 규모의 '상용 저궤도위성기반 통신체계'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상용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육·해·공군의 기존 전술망과 연동하는 것이 골자다.

이 사업은 미래 군의 다영역 동시 통합 작전 수행(MDO)을 위한 초연결·다계층 네트워크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2026년까지 군에 적합한 저궤도 통신망 구축과 보안성을 높인 차량·함정용 이동형 ESA위성 단말기 개발 등을 맡아 실행한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한화시스템은 민간주도의 위성 개발·제조·발사·관제·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K-우주산업 대표 위성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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