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내 터널 60곳 중 45곳, 화재에 '무방비'

기사등록 2024/02/22 14:00:00

감사원, 터널 60곳 점검…35%가 필수 방재시설 부족

연장 3등급 이상 15곳중 3곳 방재등급 평가도 안 해

[서울=뉴시스] 성남시청 전경. (사진=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경기도 성남시 관내 터널 3곳 중 1곳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남시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해 6월29일부터 7월20일까지 성남시 내 터널 6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시는 '도로법'과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터널의 위험도 지수를 기준으로 방재등급을 평가하고, 실측 교통량과 주변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연장 3등급 이상 터널의 경우 5년마다 별도 평가를 거쳐 이에 상응하는 방재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단, 연장등급과 방재등급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연장 4등급은 제외한다.

그러나 점검 대상 터널 60곳 중 21곳(35%)에서 총 45개의 필수 방재시설이 부족하게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곳 중 1곳 꼴이다.

특히 내곡터널, 광장지하차도, 돌마2터널, 화랑지하차도, 국지도57방음터널, 황송터널, 대원터널 등 연장 2등급(1000m 이상~3000m 미만) 또는 필수 방재시설이 4개 이상 설치되지 않은 7곳을 표본 조사해보니 3곳에서 사고 발생 사실을 전파하기 위한 전용전화인 '긴급전화'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해당 터널은 내곡터널, 광장지하차도, 돌마2터널이다.

내곡터널과 광장지하차도는 2009년 이전에 긴급전화가 설치돼 노후화가 심각했다. 돌마2터널의 경우 KT 단국 장치 전원 불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랑지하차도는 긴급전화가 작동되긴 했지만 피난·대피 설비 중 하나인 '유도등'이 LED와 전원부 불량으로 점등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연장 3등급 이상 터널 15곳 중 내곡터널, 영장산터널, 국지도57방음터널 등 3곳에 대한 방재등급을 아예 평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해냈다. 방재등급이 애초에 없는 탓에 등급에 부합하는 방재시설을 설치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지난 2020년 12월 5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친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와 같이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人災)'가 성남시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감사원은 "터널 내 필수 방재시설이 부족하게 설치되거나 초기대응 방재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화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인명 피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감사원의 점검 결과를 받아들여 방재등급이 미평가된 터널에 대한 방재등급 평가를 실시해 이에 적합하게 운영하고, 부족한 방재시설을 설치해 제대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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