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70년대 지정…50년 전과 상황 달라"
수직농업 규제 해제…"농업 개념 넓게 해석해"
"KTX까지 택시비 2만원…이음열차 빨리 추진"
[서울=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에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달라'는 시민의 요청에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건 풀어야죠. 걱정하지 마십쇼"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이날 토론회의 주된 논제였다. 울산은 전체 행정구역의 25.4%가 그린벨트다. 특히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는 환경평가 1·2등급지가 그린벨트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산업부지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그린벨트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난개발과 투기 방지를 위해 196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해서 1970년대 집중적으로 지정됐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 산업단지를 세우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울산의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울산시민들께 약속드린 바 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린벨트 해제의 장애였던 획일적인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개편하겠다. 고도가 높거나 경사가 급해도 무조건 개발할 수 없게 막았던 획일적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자영업자는 윤 대통령에 "(그린벨트로 인한 제약으로)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빠지다 보니 지방소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저 같은 자영업자들이 직접 타격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며 "그린벨트라는 게 다 우리 국민들이 잘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거니깐 잘사는 데 불편하면 또 풀건 풀어야 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화답했다.
◆"농지 이용규제 혁신…농업 분야 고부가가치 창출해야"
윤 대통령은 또 "첨단농업발전을 위해 농지 이용규제도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팜이나 수직농업은 생산된 농산물뿐만 아니라 농업기술 그 자체로도 해외시장진출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특히 '수직농업'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것도 농업이다, 고부가가치 농업이다"며 이용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타용도 일시사용 절차를 밝아야 한다. 컨테이너나 건물을 세워 농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농업이 아닌 '건물'로 허가를 받기 때문이다.
일시사용 절차를 밟아도 최장 8년까지만 농지 위에 설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설치를 위한 초기 비용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는 농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수직농장을 위한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한 김혜연 엔씽 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일시사용 허가 없이도 농지나 산업단지에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농가와 농산업계 그리고 농업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농업의 개념을 종전과 달리, 넓게 해석을 해서 법제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울산, KTX역까지 택시비 말이 안 돼…이음열차 빨리 추진"
울산 시민들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울산의 HD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울산시민들은 KTX 울산역과 정주여건이 많이 떨어져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애로를 토로했다. 그는 "(서울의) 청량리역과 부산의 부전역을 연결하는 'KTX 이음노선'이 곧 완공이 된다고 한다. 울산 도심에도 KTX가 정차하는 역이 생긴다면 저 같은 직장인도 그렇고 울산 시민들이 편리하게 서울을 오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맞장구를 치며 "울산 시내에서 KTX역까지 택시를 타면 한 2만원이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이어 "울산에 올 때마다 택시비가 많이 들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음열차가 울산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빨리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좋은 인재들을 울산에 붙잡아두고 울산의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율산의 문화 인프라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석한 공무원들에 "법령개정까지 안 해도 (해결)되는 건 즉시 행동에 나서달라"며 "울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도약시키는 게 대한민국 도약에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도석구 ㈜LS MnM 대표이사, 김혜연 ㈜엔씽 대표이사를 비롯한 기업인, 농업인, 자영업자, 마이스터고 학생, 출연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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