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권 수신 13조·여신 10조 감소
대출 업황 악화…비용 부담에 수신 줄여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위기에 처한 저축은행권의 몸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과 여신 잔액이 각각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대출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조달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예금 금리를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20조2384억원)보다 13조893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110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4월(109조7933억원)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대출도 감소했다. 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10조9347억원 줄어들면서 104조93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1월(103조1670억원)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에 고물가 등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대출 영업 환경이 나빠진 영향이다. 게다가 2022년 하반기 유치한 고금리 예금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커지자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한 지난해 하반기에 예금 금리를 전년 수준으로 올려 재유치하는 대신 예금을 털어냈다.
2022년에는 수신 경쟁으로 저축은행권 정기예금(12개월) 금리가 최고 연 6.5%대까지 치솟고 평균 금리도 5%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평균 금리가 4%대에 그쳤다. 일부 저축은행은 수신고 확충을 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다가도 목표한 금액을 채우면 곧바로 금리를 조정했다. 장기간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정기예금보다 금리 재조정이 용이한 파킹통장 금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3%대로 내려온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4%로 집계됐다. 최고 금리는 청주저축은행의 연 4.10%이며 이어 CK·대백·드림·엠에스·참·평택저축은행이 연 4.00%를 제공한다.
대출 침체와 높은 이자 비용에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분기마다 적자 행진을 기록했다. 부동산 금융 부실 우려와 연체율 상승으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충당금을 늘린 점도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공개된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도 줄줄이 적자를 냈다.
KB저축은행은 906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하나저축은행이 132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이 4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계열사 IBK저축은행도 지난해 249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신한저축은행은 적자를 면했지만 전년(384억원) 대비 22% 감소한 2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대출 확대가 어려워져 여신이 줄어들다 보니 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수신고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며 "충당금 부담이 더해지면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외에 다른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실적도 턱걸이 흑자이거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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