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반도체 산업의 리더들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래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진행될 것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 정책인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이다. 미국 반도체 시설 투자 등에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마련됐다.
반도체 생산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내 비싼 생산 비용을 피해 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로 이동한 반도체 제조 생산시설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설계 등 일부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크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팹 당 최대 30억 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 비용의 15%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보조금부터 대출, 대출 보증, 세금 공제 혜택이 포함돼 모두 390억 달러에 달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 후 1년 만에 해당 산업군에서 총 1660억 달러(218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460개 이상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고, 실제로 170여곳이 보조금을 신청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빠른 성장과 맞물려 첨단 반도체 시장에도 급격한 판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지원법은 반도체 산업의 무한 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칩스법이 나온 이래 대만,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마련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서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장비 국산화 전략으로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도 더 커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견제를 계기로 미국, 대만, 일본 등 반도체 주요 국가 간 동맹이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생산과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메모리 업체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숙고하는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