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이 축소되거나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편성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대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 앞두고…美 상무부-반도체 수장들 회동
17일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 재진출한 미국 인텔이 오는 2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여는 ‘IFS(인텔파운드리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 행사에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참석한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보조금 관련 내용을 담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른바 ‘칩스법’의 소관 부처인 상무부의 수장이자, 법 통과 이후 세부 지원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 온 인물이다.
러몬도 장관은 행사에서 패트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뿐 아니라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미국 주요 기업 CEO들과 만날 예정이다.
미 행정부는 칩스법이 2022년 8월 발효됐고, 지난해 2월부터 반도체 기업 170여곳으로부터 보조금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영국의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와 미국 시스템 반도체 업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등 2곳에만 소규모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그쳤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장에게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던 것과는 온도 차가 감지된다.
보조금 지급이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보조금 예산이 한정된 만큼 수혜 대상 기업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는 분석도 들리지만, 집행이 지연되면서 자국 기업에 우선 보조금을 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은 자국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공장을 계속 가동될 수 없다"며 보조금을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오는 11월 조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미뤄온 반도체 지원법 관련 보조금을 몇 주 내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번 러몬도 장관의 인텔 행사 참가도 보조금 지급의 최대 수혜는 결국 미국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미 텍사스 테일러에 173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보조금 지급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테일러 공장은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으로, 삼성전자의 대만 파운드리 1위 TSMC 추격을 위해 핵심 생산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당초 2024년 말로 계획했던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 후속 투자도 지연되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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