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반도체 M&A 잇달아 추진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 알티움을 91억 호주달러(8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르네사스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빅5’로 꼽히는 업체다. 특히 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두뇌 격인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은 세계 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해 1위다. 르네사스는 알티움이 개발한 전문가용 인쇄회로기판(PCB) 설계 소프트웨어를 MCU 기술력에 접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 시높시스(Synopsys)도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앤시스(Ansys)를 350억달러(47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컴이 VM웨어(6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이래 IT 분야 최대 규모다. 시높시스는 EDA 분야 업계 선두 기업으로, 앤시스가 보유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대형 M&A, 이번엔?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술이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비화하면서 대형 M&A가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왔다.
그만큼 반도체를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각국 규제 당국이 M&A 승인을 까다롭게 보고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 회사인 Arm을 인수하려다 영국 규제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했고, 인텔도 지난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이스라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타워반도체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
또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지난해 낸드플래시메모리 2위와 4위였던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M&A도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반도체 산업 내 M&A가 재개되면서 각국 규제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반도체 M&A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앞서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설계에 응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틀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반도체 업계 경쟁 축이 설계 개발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가 주요 전쟁터가 된 가운데 르네사스가 승부수를 띄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도 대형 M&A 가능할지 주목
삼성전자도 지난 2021년 3년 내 대형 M&A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네덜란드의 NXP,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의 르네사스 등 기업의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100조원에 육박하는 순현금을 쥐고 마코 치사리 등 반도체 업계 M&A 전문가를 영입하며 물밑 협상을 벌여 왔으나 아직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사실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없다"며 "올해에는 뭔가 계획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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