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의사파업 기소한 '검사 윤석열'…변호는 이재명

기사등록 2024/02/16 06:00:00 최종수정 2024/02/16 06:14:53

'업무개시명령 거부' 혐의 의협 지도부 기소

2020년 파업 땐 전공의 10명 고발했다 취소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 면허 취소까지 가능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서울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1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로 총파업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을 중심의 집단 사직 등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발표 직후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전공의 수련병원에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의사단체는 노동자가 아닌 직능단체여서 노조에게 부여되는 파업권이 없다. 총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에 나서면 현행법상 '불법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 지금의 의료계 반발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2000년과 2014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의사 파업 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선 세 차례 파업에서 모두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특히 1년 가까이 이어진 파업으로 의료 대란이 일어났던 2000년에는 의협 지도부를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2000년 의료계 파업 재판, 검사 윤석열-변호사 이재명
[제주·구리=뉴시스] 우장호 기자·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대통령 2022.03.07. photo@newsis.com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부가 2000년 추진한 의약분업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2월부터 5차례에 걸쳐 집단 휴업과 폐업을 벌이면서 전국적인 의료 대란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검찰이 의협 지도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의료계 집단 폐업을 주도한 의협 회장에 대해서는 사상 초유의 구속 수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2000년 7월 김재정 의협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 등 9명을 의료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다"며 김 회장과 신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을 기소하고 1심에서 유죄를 받아낸 사람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 위원장 측 변호인을 맡았다.

대법원은 2005년 김 회장과 한광수 당시 회장 직무대행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김 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한 회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아 의사면허가 취소됐다. 다만 신 위원장 등 3명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혐의는 파기환송 결정을 받았다.

이 판결로 인해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피하려고 휴대전화를 끄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꼼수 재현 우려에 복지부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휴대전화를 꺼놔도 문자를 보내면 송달로 볼 수 있다는 법률 검토를 마쳤다. 반드시 송달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파업 땐 무죄…4년 전 전공의 파업은 '고발 취하'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2020년 8월26일 전국의사 2차 총파업 당시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0.08.26.jtk@newsis.com
두 번째 집단 휴진은 지난 2014년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에 반발해 일어났다. 당시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오진을 조장할 수 있다"며 "대형 병원만 수혜를 입고, 소형 의료기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2014년 1월 파업 투쟁을 결의하고 3월 총파업을 강행했다. 파업 참여율이 높지는 않았으나,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검찰은 집단 휴진을 주도한 의협 지도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의사들에게 휴업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거나,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고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와 달리 '집단 휴진을 강제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2020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확대·공공 의대 설립·한방 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 정책에 반발해 세 번째 집단휴진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전공의 80% 이상이 참여하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등 10명을 고발했다가 코로나19 대유행 및 의협과의 협상을 이유로 결국 취하했다. 의대 정원 확대 논의도 '코로나 사태 이후'로 미뤄졌다.

◆업무개시명령 불복 시 '의사 면허취소' 가능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00명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06. kmx1105@newsis.com
4년 만에 의대 증원 카드를 다시 꺼내든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는 달리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면허 취소 요건이 완화되면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압박 수단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사가 어떤 사유로든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면허가 박탈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의료계가 끝내 집단휴진을 강행할 경우 의료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기소가 이뤄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 "보통의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불법행위에 대해선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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