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비 억 단위…결국 우범지역 전락
협회 "사회문제 불거질 것…지원 절실"
[옥천·영동·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농촌 지역의 폐업 주유소가 철거 비용 부담으로 장기 방치돼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억 단위 철거비를 혼자 짊어진 주유소 업주는 결국 '방치'란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14일 충북 옥천군 이원면의 한 폐업 주유소. 이 주유소는 지난 2021년 초 폐업 신고를 한 뒤 현재까지 3년여간 방치돼 있다.
관리가 되지 않아 온갖 잡초는 주유소 주변을 가득 메웠고, 입구엔 먹다 버린 음료수 캔과 쓰레기가 쌓여 흉물스럽기만 하다.
인근 주민 A씨는 "해질녘 종종 이 주유소 앞을 지날 때마다 오싹해서 쳐다볼 수가 없다"면서 "커다란 건물이 장기 방치돼 작은 농촌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문을 닫은 이유는 경영난이다. 농촌 인구 감소와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 전기차 도입 등이 농촌 주유소 점주들을 폐업의 길로 몰고 갔다.
최근 3년 옥천군 내 폐업 주유소는 4곳이다. 2021년 1곳, 2022년 2곳, 지난해 1곳이 경영난으로 결국 폐업을 택했다.
영동군에서는 같은 기간 5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현재 남은 29곳 중 2곳은 장기 휴업 중이다. 보은군의 경우 같은 기간 폐업한 곳은 없으나 1곳이 휴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폐업은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폐업 시 최소 억 단위의 복구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보통 300㎡ 규모 주유소 1곳 철거 비용은 7000여만원 정도지만, 여기서 5000만~2억원의 토양 정화 비용이 추가된다.
지역 정유업계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사한 주유소라면 저장 시설 영향으로 토양 오염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철거만 몇천만원인데 매출 감소로 장사를 접은 사람이 정화 비용까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 폐업 주유소의 사후를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 한국주유소협회가 한국석유공사에 폐업지원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과 함께 공제조합을 설립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무제 한국주유소협회 충북지회 사무국장은 "흉물로 전락한 폐업 주유소는 주변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우범 지역화 우려도 있다"면서 "이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환경부가 환경 오염과 관련해 칼을 빼들 텐데 저장 시설을 묻은 지 10~15년 이상 된 주유소는 반드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곪아지기 전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정유업계의 출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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