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직원, '고용 유지' 의문 표해
처우·시니어리티 문제도 갈등 요인으로 떠올라
대한항공 내부선 "글로벌 항공사에 승부수 띄워야"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으며 합병에 가까워진 만큼 양사 직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 경영진에 요구하는 쟁점은 '고용 유지'에 대한 명확성이다.
당초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리매각과 유럽 4개 노선 이관 등 시정조치안에 대해 '고용승계 및 유지조건'을 내걸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고용 유지를 어떻게 할 것이며, 동일 직군으로 보장이 되는 것인지 구체적인 약속이나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직에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콜센터 발령을 내는 형식으로 간접적인 구조조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알짜사업인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과 대규모 슬롯(항공기 이·착륙) 반납 등으로 필요 인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비밀유지 조건 때문에 합병의 당사자임에도 아시아나 직원들은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다"며 "직원들이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진들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사 직원들은 합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직원들 간의 갈등도 문제가 될 것으로 점친다. 특히 아시아나 운항승무원(조종사)들은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진하는 시니어리티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도 기장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순번이 있는데 합병으로 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양사 직원이 모두 민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세계 항공사와 견주기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항공 시장은 특성상 매출 비중에서 자국민의 비율이 70~80%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양사는 경쟁적인 중복 노선 운영으로 비효율적인 운항을 이어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양사가 합병할 경우 중복 운영하던 장거리 노선을 효율화해 취항 도시와 탑승 시간대를 다양화해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중·단거리 노선에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을 연계해 환승 매출 비율을 늘려 글로벌 항공사와 경쟁할 수 있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양사 직원의 고용 안정이 최우선"이라면서 "양사 직원들이 화합해 중동 등 세계적인 항공사와 견주어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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