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낸 직장인들, 무기력증·피로 호소
"연휴 전날인 목요일로 시간 되돌렸으면"
회사에선 커피 돌리고, 아침 조회 하기도
연휴 간 급격히 불어난 살에 스트레스↑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설날을 낀 4일간의 황금연휴를 보낸 직장인들이 긴 연휴로 피로와 무기력감을 느끼는 '연휴병'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모처럼 고향에 내려가 명절 음식을 먹고 급격히 찐 살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도 있었다.
13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쉰 뒤 이날 출근한 직장인 중에는 연휴 이후 피로와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손기영(29)씨는 "지난주 대구 본가에 내려가 꿀 같은 휴식을 취했는데, 벌써 출근이라니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연휴 전날인 지난주 목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상상만 한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박모(32)씨도 "어제 저녁부터 출근을 생각하니까 심장이 쿵쿵거리더라"라며 "언제 또 이렇게 쉴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해서 무기력감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회사들도 아침 조회를 열거나 커피를 돌리는 등 연휴 간 흐트러진 업무 분위기를 다시 환기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배성훈(28)씨는 "아침에 회사 팀장이 팀 전체에 커피를 돌렸다. 다른 팀에서는 아침 조회를 하거나 팀원들끼리 간단한 체조를 하는 곳도 있다"며 "아무래도 연휴 동안 푹 쉬다 보니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휴 간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은 뒤 체중 감량에 부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나흘간 몸무게가 약 3㎏이 쪘다는 김진솔(29)씨는 이날 점심만 간단히 먹고 저녁에는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한다고 했다. 김씨는 "명절 간 친척들끼리 오랜만에 모여 먹고 마시는 것만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3㎏ 정도 쪄서 스트레스가 막 몰려오더라"라며 "오늘 점심은 샐러드만 먹고 저녁에는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는 3월에 대학 입학을 앞뒀다는 지모(19)씨도 "이번 설 명절 동안 맛있는 음식들이 눈앞에 있으니 폭식을 해버렸다"며 "곧 대학 입학인데 불어난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설 명절을 기점으로 학업과 취업 준비 등에 더욱 분발해야겠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박현주(18)양은 "이번 명절에 좋은 대학에 간 친척 언니가 있었는데 너무 멋있더라"라며 "내년 설에는 나도 같은 학교에 붙은 상태로 친척들을 만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언론 계열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0대 이모씨도 "이번 설 명절 때 만난 친척 형이 기자로서의 사명감, 활약상 등을 이야기해 주니 부러우면서도 멋있었다"며 "올해는 분발해서 꼭 언론인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휴병을 극복하기 위해선 초반부터 과도한 업무 부담은 피하는 것이 좋고, 무리한 다이어트 대신 '휴식을 취했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휴 동안 많은 직장인들의 업무 리듬이 많이 깨졌을 것"이라며 "초반부터 지나친 업무 부담은 피하고, 회사 업무량을 파악·조절하는 식으로 신체를 업무에 맞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명절 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쪘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빠른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먹지 않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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