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결손에 지자체 재정 '펑크'…지방정부 불용 불가피

기사등록 2024/02/09 05:00:00 최종수정 2024/02/09 07:43:29

교부세·금 18조6000억원 삭감…일부 감액추경도

여유재원 현황 제각각…"지방채 발행도 쉽지 않다"

"최대 불용액, 선심성 예산·다음 해 떠넘기기 우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2023.04.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해 역대급 세수결손에 지방정부로 내려가는 지방교부세·금이 18조6000억원 줄었다. 세수 감소로 지자체에 교부금을 내려보내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 정부에 의존하는 지자체의 세입이 줄어든 만큼 지난해 지방정부의 불용예산도 역대급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의 '2023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14.1%) 줄면서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예산 불용(不用)액도 역대 최대 규모인 4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불용은 예산에서 총세출액과 이월액을 뺀 금액이다. 쉽게 말해 편성예산보다 집행액이 적은 경우의 차액, 세수가 부족해 집행하지 못한 금액 등을 모두 포함한다.

정부는 내부 거래(16조4000억원) 등을 제외한 사실상 불용은 10조8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난·재해가 줄면서 지출이 적어진 예비비 불용까지 제외하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 불용액 수준은 7조5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방교부세·금은 국세수입에 자동으로 연동되는 구조로, 세수 결손에 따라 지난해 총 18조6000억원 감액 조정됐다. 정부는 지난해 연말 세수가 당초 재추계보다 늘어나자 3조원가량을 추가로 지자체에 나눠주기도 했다.

기재부는 일전 세수 재추계 당시 지방의 부족한 세수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34조원 등의 여유재원으로 무리 없이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지자체별로 사정이 달라 혼선을 빚었다.

이에 따라 경남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일부 지자체는 추가경정예산을 감액 편성했다. 국비가 내려오지 않은 사업,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 등을 중심으로 세출을 삭감한 것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라는 완충 장치가 잘 확보된 지자체라면 기금을 활용해 세입을 메꿀 수 있겠지만 중앙정부에 재정의존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계획한 사업들을 불용으로 돌리게 된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오른쪽)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3.09.19. dahora83@newsis.com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자체별 여유재원 현황에 따르면 재정안정화기금이나 순세계잉여금이 0원으로 사실상 대체할 수 있는 재정이 없는 지자체가 57곳이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0원인 지자체는 서울 종로구·중구, 부산 동래구·수영구 등 19개였고, 거둬들인 세금에서 지출금액을 뺀 나머지인 순세계잉여금이 0원인 지자체는 대구 북구·달서구, 대전 서구 등 38개에 달했다. 두 재원 모두 0원인 지자체는 서울 중구, 부산 동래구·수영구, 울산 동구 등 4곳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3년도는 세수는 감소했지만 세출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 과정 중에서 지자체 재정처럼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있지만 지방과 중앙이 함께 해결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출은 최소한으로 줄게끔 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에 처음 교부세·금이 감액됐는데, 이를 세수결손이 있었지만 감액하지 않았던 지난 2013년·2014년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무상보육 부담 등으로 지방재정 소요가 크게 발생하면서 교부금 감액이 어려웠고, 그 후 2020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입추경을 통해 지출감액을 하지 않은 지자체는 지방채라도 발행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정분권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아 탄력적 발행이 어렵다. 이런 경우 불용의 압박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초과세수에 의존하는 안정화기금 말고 다른 형식과 방법으로 충격 흡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불용액이 크게 나왔다는 건 선심성 예산이 많거나 꼭 해야 할 사업을 다음 해로 떠넘긴 것 중 하나"라며 "균형재정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재정준칙을 만들어 어떤 정부라도 그 틀 안에서 운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자체의 총세입·세출 결산은 오는 5~6월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12.29.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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