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차례(茶禮), 조상에 명절을 알리는 의식
종가 차례상엔 술 한 잔, 과일 한 쟁반
일반가정 차례상, 종가보다 5~6배 많아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설 명절부터라도 제삿상 아닌 차례상 차리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차례상과 제삿상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9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차례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이 때 차(茶)를 올렸던 습속에서 유래된 용어가 차례이다.
반면, 제사(祭祀)는 고인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이다.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라고 하지 않고 '차례를 올린다'라고 하는 이유다.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고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이렇듯이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삿상만 남게 됐다.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에서는 지금도 술, 떡국,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차례상을 마련한다.
하지만 세세한 예법이나 격식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일반 가정에서는 차례라는 형식만 따를 뿐 조상을 잘 대접하고 모신다는 생각에서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이 2017년부터 제례문화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차례상에 진설하는 제수를 조사한 결과 전통 예서와 종가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 가량 많았다.
해당 조사에서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의 설 차례상은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에서는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제수를 진설한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에 비해 차가 생략되고, 대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일반 가정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제수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그 외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주자가례'는 차례상에 술과 과일 등 간단한 음식을 차리지 않고 제사음식을 잔뜩 올려놓으면 '참람(僭濫, 지나치거나 넘치는 것)'이라고 해서 '비례(非禮, 예가 아니다)'로 간주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예법에서는 모자라는 것보다 넘쳐나는 것을 경계했다"며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h932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