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우시장 제수용품 손님 발길 이어져
가족 출동 상인들 오랜만에 '대목 미소'
광주 전통시장 2월 경기전망 전월비 5.1p↑
[광주=뉴시스]박기웅 이영주 기자 = "예전만치 대목 분위기가 안나. 그래도 곧 명절인 게 좀 낫것지라."
설 명절을 앞둔 4일 오전 6시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새벽 어스름이 여전한 이른 시간이지만, 좌판을 깔고 물건을 진열하는 시장 상인들의 손놀림이 밝은 전구 불빛 아래 분주하게 움직였다.
'알록달록' 오색전을 부치는 전집 상인은 전을 뒤집으면서 어묵 국물까지 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생선가게 점포가 모여 있는 골목에서는 노란 새끼줄에 주렁주렁 엮인 먹음직한 굴비를 옆집보다 눈에 더 잘 띄게 걸어 놓기 위해 눈치 싸움도 벌어졌다.
아무래도 명절 대목 장날이기 때문인지 온 가족이 출동한 상점도 많았다.
한 정육점은 휴일 학교에 가지 않는 고등학생 딸을 데려왔고, 버섯가게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시장에 나왔다.
평소에는 고생 시키지 않으려 시장에 데려오지 않지만, 대목 장날인 만큼 한 명의 일손이라도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생선가게 한 상인은 "최근 들어 점점 대목 분위기가 나질 않는다"며 "휴일이라 직장을 쉬는 딸까지 데려왔는데, 장사가 어떻게 될까 모르겠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설 앞두고 평소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라며 대목 장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했다.
상인의 우려와 달리 오전 9시가 넘어가자 말바우시장은 발디딜 틈 없이 붐비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왔다 갔다' 같은 곳을 2~3번 돌면서 가격과 품질을 비교했고, 상인들은 뒤돌아 서는 그들에게 "아따! 그럼 더 깎아줄랑께!"라며 발길을 돌려세우기에 열을 올렸다.
과일 노점상 최모(78·여)씨는 "지난해 여름 폭염 탓에 전통시장에 오는 사람도 없었고, 과일 값이 급등해 찾는 사람도 없었다"며 "그래도 오늘은 차례상에 놓을 과일을 사려는 손님들이 꽤 있다. 오랜만에 장사할 맛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
광주지역 최대 상설시장인 양동시장도 제수용품을 장만하기 위한 손님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5m 남짓 폭 시장 거리는 상인들과 손님, 물품을 전달하는 수레와 오토바이 등이 뒤엉키면서 북적였다.
시장 곳곳에서는 고사리와 죽순 등 나물을 삶는 냄새가 풍겼고, 반찬가게 앞에서는 호객에 나선 상인들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전감용 명태포를 써는 상점과 붉은 조명 아래 고기를 써는 정육점 주변에는 손님들이 몰려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어물전에서도 제철을 맞은 새조개에 손님들의 관심이 쏠렸다. 새조개를 바라보던 한 손님이 1㎏ 8만 원이라는 가격에 흠칫 놀라자 이곳 주인은 급히 흥정을 시도했다.
어두운 경제 전망 속 저 마다 사정으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상인들과 손님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명절을 앞둔 탓인지 면면이 밝았다.
반찬가게 주인 김모(45)씨는 "불경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을 수 없다"며 "올해는 철을 타지 않는 반찬 특성을 살려 호객에 공을 들이는 등 매일 가게 앞 문전성시를 이루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물가게 주인 서원기(60)씨는 "얼마 전까지 전국 곳곳을 돌며 '장돌배기' 노점상을 했다. 단속에 걸릴까 쩔쩔매다 두 달 전 양동시장에 제대로 된 가게를 차렸다"면서 "내 가게를 얻고 맞는 첫 명절이라 기대가 크다. 이제는 볕들 날이 오지 않겠는가"라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한편 상인들의 설 명절 대목 기대감은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는 지난달 전월(40.8) 대비 13.2포인트(p) 급락한 27.6을 기록해 2021년 8월(27.5)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와 달리 설 명절이 있는 2월 광주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기전망지수는 64.3을 기록, 전월(59.2)보다 5.1p 오르는 등 대목을 맞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 본 상인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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