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천권' 강화·'당 장악력' 제고…일각 '비주류 쳐내기' 우려도

기사등록 2024/02/02 05:00:00 최종수정 2024/02/02 09:31:30

한동훈, 공천 과정서 '당 기여도' 직접 평가

의원들 "시스템 공천 어긋나는 것 아니냐"

공천 국면 발판 삼아 장악력 강화 해석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2.0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홍세희 하지현 최영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며 소기의 성과를 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국면을 발판 삼아 당내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공천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당 기여도' 평가를 직접 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천 과정에서의 그립감을 더 세게 쥐는 모양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한 위원장의 행보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어 당 내 입지 강화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심사에 참여하면서 정성 평가가 이뤄지며 시스템 공천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비주류 쳐내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일 여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 기여도' 평가를 직접 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31일 수원 현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의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다. 그중에서 기여도 평가를 저와 원내대표가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공관위를 구성한 것"이라며 "제가 늘 말씀드렸다시피 선당후사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선민 후사다 그게 기준"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이 처음으로 직접 공천 심사자로 나선다고 밝히면서 당내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에 따른 정량 평가를 공언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평가 기준이 모호한 만큼 당 지도부의 평가에 따라 후보자별 점수가 갈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도부의 재량권이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을 하게 되면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량 평가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비대위원장이 직접 기여도 평가를 하겠다고 하니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비윤계 재선 의원은 "당 대표가 공관위에 들어가는 것도 맞지 않고, 비대위원장으로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당 기여도를 평가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며 "시스템 공천과는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소위 말하는 '윤핵관'들이 당직이나 의정 활동을 독점했는데 당 기여도라는 것은 결국 당 주류들에게 유리한 구조다. 이는 당의 비주류들을 쳐내겠다는 얘기"라며 "비주류를 쳐 낸 곳에 한 위원장이 추천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위원장이 직접 공천 심사자로 나선 것은 공천 국면을 발판 삼아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다른 의원은 "한 위원장이 당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의 의미가 실제 평가를 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공천 신청자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차원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 원희룡 전 장관, 윤희숙 전 의원 등을 띄우고 나서면서 당내에서는 '한심(韓心)' 공천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 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김경율 비대위원, 윤희숙 전 의원 언급에 대해 "정제된 얘기를 하는 한 위원장인데 다시 한번 잘 생각해서 좀 과하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사천 논란'에 대해 "저는 국민의힘 당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며 "우리가 승리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우리의 지향이라든가 시대정신을 얘기할 수 있는 후보를 소개하는 게 안되는 건가. 그분을 반드시 공천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천 확정 전까지 제가 판사처럼 가만히 있어야 되느냐. 그런 정치는 국민께 설명하는 역할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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