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자립" 전세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우리는?

기사등록 2024/02/01 14:40:37

국내 원료 자급률 11.9% 최저치

"추가 인센티브, 컨트롤타워 필요"

[서울=뉴시스] 전세계가 원료의약품 자급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미국, 유럽 등 제약바이오 주요 국가를 포함해 원료의약품 주 수출국인 인도에서도 원료의약품 자급화에 나서면서 한국도 원료의약품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22년 기준 11.9%다. 최근 10년 간 10~30%대를 오르내리다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은 주로 중국과 인도, 일본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에서 약 1조6000억원 어치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의 70%를 넘는 비중이다. 중국·인도 원료가 국산 원료에 비해 가격이 20~30%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료의약품 자급비율이 낮을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에 따라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진다. 국내에서도 감기약, 해열제 등 품절사태가 있었고, 변비약 등도 원료 수급이 제때 되지 못하면서 한동안 찾기가 힘들었다.

이에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나, 업계에서는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필수의약품에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약가를 가산하는 등 약가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직접 생산한 자사 원료를 사용한 제네릭(복제약)은 5년간 68% 가산한 약가를 제공하고, 직접 생산하지 않았더라도 국산 원료를 사용할 경우 추가로 5년간 가산 약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뉴시스에 “최근에 정부가 원료 개발과 제조기술 R&D비용에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신약개발에 대한 것으로, 원료의약품 자급도의 경우 제네릭이 문제”라며 “정부가 추진하려는 약가 가산 제도의 경우 그 대상과 기준을 완화하면 규모를 키울 수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원료 사용 시 가산 약가를 제공하면 기업들이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져 규모경제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약가우대, 조세특례 제도, R&D 지원, 시설투자 인센티브 등 원료의약품의 모든 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이를 맡아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연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국산 원료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료의약품 자급화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 국가들이 각성하며 서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속가능한 바이오경제 실현을 위한 ‘미국 내 바이오 제조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원료의약품 자급화 준비에 나섰다.

최근 미국 원료의약품혁신센터는 ‘5년 이내에 모든 저분자 원료의약품의 25%를 미국으로 리쇼어링’(해외에 나간 자국기업을 각종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통해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바이오제조 기업들이 유휴 제조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공공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제네릭의 경우 자금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Made in America’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5월 벨기에 정부는 유럽 반도체법과 핵심원자재법과 같이 원료의약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 제정 추진을 유럽연합에 제안했으며, 프랑스도 필수의약품 생산을 자국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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