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소매판매 1.4%↓…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
국내소비 1분기 8.8%→2분기 4.2%→3분기 2.6%
고물가에 해외소비 증가율 4분기 연속 80%대
설 해외여행 역대최대 예상…올해도 증가세 지속될 듯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지난해 해외여행과 해외직접구매(직구)가 폭증하면서 내수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코로나19가 풀리면서 억눌렸던 해외여행객이 폭증하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외 직구 플랫폼 이용객이 대폭 늘면서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의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불변지수)는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0.2%)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와 의복 등 준내구재(-2.6%)에서 판매가 줄었다. 국내 서비스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생산은 0.3%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해외여행과 직구가 급증하면서 내수 회복 흐름은 더딘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국내소비지출은 1분기 8.8%에서, 2분기 4.2%, 3분기 2.6%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내구재 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0.6%, 2분기 2.9%, 3분기 0.2%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준내구재는 9.0%에서 2.6%, -1.1%로 감소전환했고, 비내구재도 4.8%, 1.0%, 0.4%로 줄었다.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소비도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 12.0% 증가해 정점을 찍은 뒤 6.0%, 4.5%로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거주자의 해외소비를 의미하는 거주자 국외소비지출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지난 2022년 4분기 82.0%로 80%대에 진입한 뒤 지난해 1분기 85.9%, 2분기 85.1%, 3분기 80.8%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관관공사 통계를 보면 지난 2021년 122만2000명으로 저점을 찍었던 해외여행 내국인 수는 지난해 2030만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871만4000명) 대비 70% 수준을 회복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179만3000명에 그치며 2019년의(602만3000명) 30.0%에 그쳤다.
해외에서 재화를 구매하는 해외직접구매도 늘고 있다. 통계청 '2023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 및 3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 해외 직구 금액은 전년보다 24.8% 늘어난 1조6300억원에 달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가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중국이 106.4%, 엔저 현상을 바탕으로 일본이 4.1%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9일부터 12일까지 예정된 설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설 명절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전한 국내 고물가 상황으로 해외직구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 그동안 완화됐던 여행이나 관련 분야가 확대되고 개방된 영향"이라며 "제주도 등 국내 골프 수요도 동남아, 일본, 미국, 하와이로 나가는 모습"이라며 "국내 물가를 잡지 못하면 외부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가 여전히 고물가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등을 통해 국내보다 저렴한 상품들을 구매하는 모습"이라고 내다봤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에 대응해 해외관광객을 국내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관광을 오면 상쇄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100%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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