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 석굴암 주지
인사동 한국미술관서 '108용' 특별전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청룡은 희망을 의미합니다. 그 희망은 자손이죠."
'108용 특별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만난 양주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은 갑진년 새해를 맞아 작품 소재가 된 '청룡'의 의미에 저출산 시대의 안타까움을 담았다고 했다.
"자손은 희망을 안고 태어납니다. 자손이 없으면 이 나라를 누가 이끌어가나요.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현재까지 선조들은 자신들은 고생하면서도 자손들은 잘되라고 기도해 왔어요."
비닐과 긴 수염을 가진 용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는 전설 속 동물로 물의 신이자 비의 신으로 여겨진다. 용은 방향과 색깔에 따라 상징하는 바가 다르다. 청룡은 동쪽과 봄을, 적용은 남쪽과 여름을, 백룡은 서쪽과 가을을, 흑룡은 북쪽과 겨울을 상징한다.
도일스님은 불교계에서도 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조상들도 용을 상서로운 용으로 귀하게 여겨 왔듯이, 불교 문화권에서도 용은 불가를 지키는 수호신입니다. 예부터 상서로운 영물로 여겨져 왔어요. 도량 곳곳에 용이 그려지거나 새겨진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화성 용주사(龍珠寺)처럼 사찰에 용(龍)자가 절 이름에 붙거나, 기둥, 천장, 처마, 추녀 밑, 닫집, 벽체, 계단 소맷돌에도 용이 장식된다. 특히 용마루에는 반드시 용이 조각된다. 이는 법당이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이끄는 반야용선(般若龍船)으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사찰의 탱화, 벽화, 단청 등 불화에도 용을 그려 넣는 이유다.
도일스님은 서예로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서예에 매력을 느껴서 여초 김응현, 우봉 한상갑 선생님에게서 배웠고 틈틈이 작품을 써 왔다"며 "붓을 잡으면 마음이 하나로 딱 모이는 것이,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선정에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제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게 됐다"고 했다.
전통서화 대가 여초 김응현, 우봉 한상갑, 청계 양태석 화백에게 사사를 받으며 서화를 익혀왔다. 지난 1993년 해인사 강원 재학 중 사진전을 열고 백제미술대전 사진부문 특선을 비롯해 서예부문과 불교미술대전에 입상했다.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수종사, 회암사, 용문사, 연화사, 태안사, 안심사, 1군단 법당 호국일승사, 92여단 쌍용사, 광동고등학교 운허역사기념관 등 전국 사찰과 기관에 도일 스님이 쓴 편액과 주련이 다수에 이른다.
지난 1993년 해인사 군부대 건립기금 마련 전시회를 시작으로, 1994년 경인미술관 '산중서화전', 2006년 조선일보사 '선묵서화전', 2007년 우림화랑 초대전, 2018년 라메르 갤러리 '선서화도예전' 등의 전시회도 열었다.
이번 특별전을 여는 올해는 도일스님에게 더 특별하다. 태어난 지 60년 만에 다시 청룡의 해를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올해 갑진년 청룡의 해는 제게 매우 중요한 해라 할 수 있다"며 "제가 태어난 1964년이 바로 갑진년인데 그 당시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 때여서 전기도 없어 초가집에서 호롱불만 의지하고 살았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60년 세월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청룡의 기운으로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이 발전해 왔고 세계도 발전했다"며 "청룡의 해가 중요한 희망의 해라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들에게 전하려고 이번 '108룡 특별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오는 2월6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에 도일스님은 3000일간 기도하며 작업한 '용(龍)작품' 108점을 비롯해 달항아리, 은 다관, 옻칠목 항아리, 전통한지등(燈) 용 조각등 등 작품 200여점을 선보인다.
"한자 서예의 오체(五體)에는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가 있는데 이 작품은 오체에도 사전에도 없어요. 수행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니 '108용' 모양새가 다 다릅니다. 전시하면서 작품들에 이름도 다 다르게 달아줬어요."
이전 용 작품과의 차이점에 대해 도일스님은 용이 그려진 등 작품 속에 용머리 아래 큰 점을 가리키며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을 그려 완벽한 용을 표현한 점을 들었다.
'문수 지혜의 용', '번영의 용', '부부 화합의 용', '학업의 용' 등 작품명도 다 다르다. 그러나 도일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다 같다.
"청룡의 해를 맞아 이 나라에 번영의 기운이 더 상승하고, 저출산시대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청룡 인물들이 많이 태어나길 바랍니다.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희망차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 자손만대가 행복하길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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