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응급환자 수용 의무화 지침 입장
"상급병원 과밀화 해소·최종치료 인프라 구축해야"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현장의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지속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만들어지고 있는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안'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119구급대의 수용 능력 확인과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의 사유 등을 담은 '응급실 수용곤란고지 관리 표준지침'이 최종 배포를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주 최종 지침안을 검토해 줄 것을 대한응급의학회에 요청했다.
이 지침은 응급의료기관들이 천재지변이 없는 이상 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소아 등 전문응급의료센터와 권역센터들은 수술, 입원 등 최종치료가 가능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 이송을 거부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모든 결정과 책임은 '책임 전문의'가 지도록 돼 있다. '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Pre-KTAS) 1-2인 중증환자의 경우 119가 사전통보하고 이송할 수 있게 된다.
의사회는 "이 지침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환자, 외상환자, 정신과환자를 포함해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응급실로 돌리는 것일 뿐"이라면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되면서 표준지침이라는 또 다른 족쇄를 통해 현장의 전문의들에게 윽박 지르고 필수의료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12월 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응급환자 수용거부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복지부는 응급환자 수용곤란 고지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해 지난해 1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의사회의 반발 등으로 시행규칙 개정이 지연돼왔다. 응급환자 수용거부 금지법은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도록 해 응급환자 수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정말로 이대로 시행하면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면서 "응급환자 수용을 강제하려 하지 말고 수용할 수 있도록 상급병원 과밀화를 해결하고 최종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치료가 불가능함에도 환자를 이송하겠다면 응급처치 이후 최종치료 병원으로의 이송을 구급상황관리센터와 119가 책임지고 이송하라"면서 "응급환자 강제배정 시 담당 의료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전면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이라도 의사협회와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시작하고 현장이 동의하는 지침과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규칙 개정 논의를 전면 중단하라"면서 "과밀화 해결과 취약지 인프라 구축 없이 강력한 지침과 처벌로 의료진을 쥐어 짜 응급의료의 위기를 모면하기 보다 응급실 이탈과 응급의학과 지원율 하락의 원인을 헤아려 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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