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가 어디 가겠나"…원 "돌덩이 치울 것"
이재명 지역구에 원희룡 도전…진검 승부
2004년 이후 한 차례 제외 모두 민주당 승리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여야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던 '명룡대전'이 성사됐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자 이 대표는 지역구 인천 계양을에서 옮기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면서다. 인천 계양을은 총선 빅매치 가운데 한 곳으로 급부상했다. 양당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사활을 건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원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 대표와의 맞대결을 주장하면서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해왔다. 얼마 전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이 대표에게 재차 맞대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출마하는 곳에서 우리가 승리하는 건 상징적 의미가 있고 그 한 석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원 전 장관을 치켜세웠다.
이에 원 전 장관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화답했다.
반면 이 대표의 거취를 두고서는 비례대표 출마 등 그간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면서 '명룡대전'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이 대표가 비공개 차담회에서 지역구 사수를 분명히 하면서 빅매치가 성사됐다.
이 대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 그대로 나가지 어디 가겠나"라며 "통상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원 전 장관이 같은 지역구 출마를 시사한 데 대해선 "나를 왜 따라오는가, 이해가 안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총선 빅매치로 꼽히지만, 역대 선거 결과로 보면 이 대표가 유리한 측면이다.
여당 입장에서 인천 계양을은 대표적인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구다. 2004년 신설된 이후 2010년 보궐선거(이상권 한나라당 후보 당선)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곳에서만 내리 5선을 지냈다.
이 대표는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고, 당선되면서 첫 국회의원 뱃지를 단 의미있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지지도 면에서도 꽤 차이가 크다.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9%가 이 대표를 선택했다. 반면 원 전 장관은 2%에 불과했다.
한 위원장이 35%로 이 대표의 뒤를 쫓았고 김동연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각각 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조사는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RDD) 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원 전 장관 입장에선 해볼 만한 싸움이다. 지난 대선부터 '대장동 1타 강사'로 불리며 이 대표와 각을 세워왔던 만큼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거다.
제주지사를 연임하기 전 서울 양천갑(16·17·18대)에서 3선에 성공한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국토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꾸준히 총선 차출설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도 자진해서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험지에서 이 대표와 접전을 벌이거나 이길 경우 유력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허점이라든가 대장동 문제를 꿰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일전이 굉장히 기대가 된다"며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이 대표가 원희룡 일타강사가 무서워서 도망갈까 걱정"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계양을 지켜서 반드시 원 전 장관하고 붙어라 이것이 국민도 그렇고 우리 당에서도 요구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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