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급식카드 사용 41%가 편의점 집중
인스턴트 음식 먹어 영양불균형 우려
부모 악용할까봐 마트·반찬가게 사용안돼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저는 라면 귀신이에요. 하루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요.“
한부모 가정인 함모(11)군은 경기도에서 지원받은 아동급식카드로 매일 편의점을 찾아 끼니를 해결한다. 가끔 다른 메뉴가 먹고 싶을 때도 함군의 발걸음은 편의점으로만 향한다. 김밥 한 줄 사러 들어간 음식점에 급식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어서 거절당한 아픈 기억이 남아있어서다.
2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결식 우려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아동급식카드의 사용처가 점차 다양해지고 구매할 수 있는 품목도 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이 편의점에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끼니를 거르지 말라고 지원한 급식카드가 오히려 건강 불균형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취재진은 지난 17일 급식카드로 끼니를 해결하는 함군을 만나 그의 하루를 살펴봤다.
지난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편의점. 빨간 볶음 컵라면 위에 인스턴트 소시지를 쏟아붓는 함모(11)군의 손은 막힘이 없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한 뼘은 작은 함군은 "살이 찌기 싫은데 자꾸 (라면에) 중독된다"며 라면 한 젓가락을 크게 집어 입 안에 넣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인근의 전통시장에서도 함군은 시장의 떡과 과일을 눈에만 담을 뿐,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는 "결제가 안 될까 봐 걱정된다"며 편의점으로 돌아와 라면 3봉지를 샀다.
함군이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현직 영양교사에게 의뢰해 분석해 봤다.
분석에 따르면 함군이 먹은 볶음면과 소시지는 한마디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었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아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말한다.
만 11세 남학생의 하루 에너지 필요 추정량은 2000㎉이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면 한 끼에 약 667㎉를 섭취해야 하는데, 함군이 먹은 라면과 소시지는 826㎉였다. 적정 섭취량 보다 약 159㎉를 더 섭취한 셈이다.
나트륨 섭취도 과다했다. 11살 아동에게 권장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500㎎, 만성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섭취량은 2300㎎인데, 함군은 한 끼에 나트륨 1730㎎을 섭취한 것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을 230㎎이나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를 분석한 영양교사 A씨는 "인스턴트 식품에는 학생들 성장에 필요한 칼슘, 철, 아연,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화학조미료가 첨가돼, 자주 섭취할 경우 발육 저하와 주의력 저하, 성인병 유발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아동급식카드 사용 시 결식뿐 아니라 영양불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양불균형을 우려하는 보호자들이 아동에게 '건강한 집밥'을 해먹이려 해도 마트, 반찬가게가 가맹점으로 가입돼 있는 곳이 없어 식재료를 사기 힘든 실정이다. 지자체별로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급식카드는 조미료·소스류 구매도 제한돼 있다.
함군의 어머니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을까 봐 아이들한테 카드를 잘 안 맡기려 한다"며 "반찬을 하려고 해도 급식카드로 구매가 되는 식재료가 있고 아닌 게 있어서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 이모(50)씨는 "편의점에서도 급식카드를 이용해서 건강한 식재료를 사 가는 엄마들이 많다"며 "구매한 고기를 재우려고 갈비 양념을 갖고 오는데 결제가 안 돼서 중간에 빼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아동급식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수는 62만515개에서 그 전 해인 2022년 7월 50만347개에 비해 24%(12만개)나 늘었지만, 편의점과 음식점 외에 마트나 반찬가게 가맹점은 전체의 1.4%(8834곳)에 그쳤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편의점 9690개,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8만7773곳이 가맹되어 있는 반면 마트와 반찬가게는 한 군데도 가맹돼 있지 않았다. 부산도 마찬가지로 마트와 반찬가게는 가맹점이 없었고, 경기도의 경우 마트 가맹점은 1402곳이 있었지만 반찬가게는 가맹돼 있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아동급식카드 사용은 편의점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1~6월 전체 급식카드 사용 건의 41.7%가 편의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이 31%, 마트는 17.1%에 불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맹 업종을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아동급식카드 취지는 부모가 밥을 챙겨주지 못할 경우에 아이가 혼자 끼니를 때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며 "밀키트나 비조리 제품을 살 수 있는 가게가 가맹되면 사실상 부모의 장보기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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