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프라 구축 및 투자 환경 개선 지원
반도체 예산 1.3조…직접 보조금 계획은 없어
윤석열 정부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622조원에 달하는 기업 투자와 함께 인프라 구축 및 투자환경 지속 개선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직접적인 보조금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민생토론회 방식의 산업통상자원부 신년 업무보고를 개최하고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경기 수원 소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기업인, 지역주민, 학생 등과 토론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이 어느 산업보다도 민생을 풍요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며, 622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통해 조성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로, 현재 19개의 생산팹(공장)과 2개의 연구팹이 집적돼 있다. 오는 2047년까지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총 16개(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의 신규팹이 신설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팹 6기를 신설하기 위해 360조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업단지에 122조원을 투입해 팹 4기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평택 일반산업단지에 팹 3기(120조원), 기흥 연구개발(R&D)센터에 연구용팹 3기(20조원)도 마련한다.
완공될 경우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수백만개의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기업 투자 외에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책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국들, 수십조원 보조금 주며 글로벌 기업 유치전
현재 경쟁국들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 등을 줘가며 글로벌 반도체 업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구마모토현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에 역사상 최대 규모 보조금인 12조원을 지급했다.
미국은 설계에서 제조까지 전 국토의 클러스터화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390억 달러(약 52조4200억원)의 보조금과 25% 세액 공제 등 파격 지원에 나섰다. 이에 애리조나(인텔), 텍사스(삼성), 뉴욕(마이크론) 등 제조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반도체 리딩 클러스터 조성차 인텔 투자 유치를 위해 1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에 인텔은 독일 반도체공장 확장에 약 42조원 투자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처럼 우리나라 역시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반도체 토론회에 참석한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이사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승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경쟁국들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상당 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보조금 지급을 고민해야 될 때"라고 짚었다.
신 부사장은 "그렇게 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재개되고 있는데, 대한민국 반도체 다시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유소영 산업부 반도체과 사무관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적기에 조성하기 위한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업무는 산업부 혼자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국토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한 몸처럼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7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각 나라가 예전 WTO 체제와는 다르게 자국 산업을 이끌기 위한 법도 개정하고 예산도 부여하고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며 보조금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정부는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등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1조3000억원, 정책금융 연간 8조원 정도를 지원하지만 직접적인 보조금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이익이 되는 곳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자국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업체들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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