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57.9%'
대만 총통, 'TSMC 미는' 라이칭더 당선…여파 촉각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한 지 5년차가 됐지만 글로벌 선두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말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2위 삼성전자와 1위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1위 TSMC 3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2% 오르며 172억4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점유율로는 57.9%로 전분기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위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전분기 11.7%에서 3분기 12.4%로 0.7%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에서는 TSMC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메모리 업황 부진의 직격타를 맞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매출 기업 1위 자리에서 3계단 내려앉은 4위로 밀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TSMC, 인텔, 엔비디아에 이은 4위를 차지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TSMC와 인텔의 경우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연간 실적으로 전년 대비 TSMC는 9%, 인텔은 16% 하락하며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삼성의 경우 매출이 37% 하락하며 2022년 1위에서 4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3위는 전년 대비 102% 오른 엔비디아가 차지할 것으로 봤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연간 잠정 실적은 매출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6%, 84.9% 감소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누적된 적자폭이 커 실적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 미흡도 실적 부진에 한 몫 했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만 총통 선거에서 TSMC를 국민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일조한 라이칭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며 TSMC와 격차를 좁히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TSMC의 핵심 생산 기지가 있는 대만 남부 타이난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북부 신주에 본사를 둔 TSMC가 남부 타이난에 여러 공장을 운영하고 발전하는 데 라이칭더 공이 컸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이 선출되고 민진당의 재집권이 성공하면서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압도적 우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미국과 대만,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엿보인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집권하면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어 이익 측면에서 수혜라는 결론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사업간 협업을 통해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에서 전체 파운드리 경쟁력은 TSMC가 삼성전자 대비 1~2년 앞서 있다고 인정했지만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 공정 본격 양산과 테일러 공장 가동을 통해 경쟁사와 격차 축소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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